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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꿈.
    잡담 2008. 2. 1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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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안꾸던 꿈을 꾼다. 한편도 아니고 미니시리즈다. 악몽도 아닌 개꿈을. 이런 식이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험보다 중간에 싸움 나서 다투다 보면 무림 중원이고, 거기서 스승을 만나 배움을 터득하고 우주선을 타고 나가 공주랑 결혼한다. 악마 같은 자식 하나 낳아서 오냐오냐 키우다 걔가 가져온 성적표를 보며 '앗! 내 시험은??' 외치다 깨어나는 수미상관식의 꿈. 설명이야 쉽지만 사실 꾸는 동안엔 굉장히 심각해서 땀을 흠뻑 흘리며 몸부림 치다 초 샤이언인 머리를 하며 깨어나곤 한다. 깬 후의 허무함과 황당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장자의 호접몽처럼 인생 다 산듯 진이 빠져버리는 기분이다.
     
    프리랜서 생활이 길어지며 경제적 타격도 만만치 않자 심신이 지친 게 분명하다. 꿈은 현실을 반영한 간접 척도라 하지 않았던가. 내 현실이 이 개꿈마냥 열나게 꼬인 상황이겠지. 시험과 싸움, 결혼와 같은 투쟁과 속박의 연속이라는 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게 쌓여 분출하기만을 바라는 활화산 상태란 거고. 그게 무한 루프, 반복되며 날 자꾸 침전의 늪에 빠트리는 거다. 의욕은 죽어가고, 자신감은 잃어가며, 길고 긴 슬럼프 속에서 흐느적거리며 자유형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개꿈은 싫다. 시리즈로 꾸는 것도 질렸다. 그럴 바엔 차라리 뜬 눈으로 지새며 밤을 지키는 기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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