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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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의 '불꽃처럼 나비처럼'영화|애니|TV 2009. 10. 4. 23:14
팩션과 무협지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던 야설록의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실재 역사와 판타지를 넘나들며 가공의 사랑 이야기를 스펙타클하게 펼쳐놓는다. 허나 경계를 넘나드는 것 자체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듯, 영화는 중심을 잡지 못한 채 후세가 다 아는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기까지 쉴새없이 표류하기만 한다. 설득력 없이 조선의 국모를 사랑한다며 졸졸 따라다니는 조승우는 만화책 어디선가 본 듯한 주인을 사모하는 닌자 스토커 같고, 흥선대원군과의 알력 다툼에 골치 꽤나 아팠을 명성황후 수애는 평면적이기 그지없는 개화기 시대의 모던걸 에피소드 그 이상은 되지 못한다. 얄팍한 원작의 깊이를 감안하더라도 취사선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엉성한 각색과 캐릭터들의 현실감을 잡아내지 못한 연출력의 부재가 가장 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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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의 '좋지 아니한가'영화|애니|TV 2007. 3. 2. 04:14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의 신작 [좋지 아니한가]를 지난 2월 22일 목요일 밤 9시 시사회로 관람했다. 콩가루 집안의 좌충우돌 블랙 코메디를 표방한 이 영화는 시원한 웃음을 선사하는 건 아니지만, 계속 피식거리게 만드는 묘한 재미가 있다. 딱히 상업적이라 말할 수 없어 감히 일반 관객들에게 추천하긴 힘들 거 같고, [로얄 테넨바움]이나 [녹차의 맛]같은 영화를 좋아한다면 제법 볼 만할 듯. 하지만 다시 한번 내게 상업성과 작품성 사이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 맨 앞에서 보느라 눈 돌아가고, 허리 휘는 줄 알았다. 맨 뒤에서 서서 보는 게 더 나을텐데. 그놈의 소심함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