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의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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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책|만화|음악 2012. 7. 23. 03:31
하루키의 에세이를 처음 읽게 된 건 그의 소설이 모두 대출되고 없는 대학교 도서관 덕분이었다. 지금은 격하게 고맙게 여기고 있지만 당시 나는 그의 책을 읽기 위해 열이 올랐던 때라 야속하리만치 텅 빈 책장을 바라보는 게 꽤나 고역이었다. 같은 무라카미라도 류씨의 소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대신 빌릴 걸 물색하던 중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하루키의 에세이였는데, 딱 봐도 재미없을 것 같던 문학사상사 특유의 촌빨 날리는 표지에, 너덜너덜 다 떨어진 것 같은 책 상태, 거기에 다섯 살 먹은 아이가 그린 것 같은 안자이 씨의 유치찬란한 일러스트까지 결합돼 딱히 빌리고 싶단 마음은 들지 않았다. 편당 글이 짧은 것 같으니 그냥 한 번 들춰나 볼까 싶은 마음으로 가볍게 선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1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