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노 가즈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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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야키의 '그레이브 디거'책|만화|음악 2009. 1. 2. 22:41
데뷔작 [13 계단]보다 묵직하진 않지만, 더 빠르고 강렬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동안 도쿄를 가로질러 가는 주인공의 현실감 넘치는 고생담이 박진감있게 그려진다. 일본판 도망자를 보듯. 마치 처음부터 활자가 아닌 영상으로 쓰여졌다는 듯 생생하게.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사건의 핵심으로 돌진하는 정공법적인 구조가 페이지터너로서 그의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시각적이고 체험적인 그의 장면 전환과 깔끔한 엔딩은 2시간짜리 초특급 할리우드 스릴러를 본 듯 신명나는 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사회적인 이슈와 엔터테인먼트를 동시에 선사했던 전작의 욕심에 비한다면 단순히 오락적인 측면에만 기댄 이번 작품의 날라갈 듯한 가벼움은 재능 낭비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주인공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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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카 슈케이 外의 '적색의 수수께끼'책|만화|음악 2008. 11. 20. 23:13
어떤 의도로 색깔별로 나눴는진 모르겠지만, 에도가와 란포상 5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단편집 4권 중 하나. 모두 5개의 (중편에 가까운) 단편이 실려있다. 작가들 면면 또한 화려한데, 신포 유이치나 다카노 가즈아키의 경우 그 기대치에 걸맞게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엮는 산악 (미스테리라고 보긴 좀 그렇고) 심리드라마 '구로베의 큰 곰'과 짧지만 공포 스릴러 영화 만큼이나 강렬한 뒷맛을 선사하는 '두 개의 총구'는 이 단편집의 백미. 정통 밀실을 다룬 '밀실을 만들어 드립니다'와 딸의 찾는 이야기인 '라이프 서포트', 흥미를 자아내는 시작이 정말 좋았던 '가로'는 다소 2% 아쉬운 듯. 남은 청색과 백색, 흑색의 수수께끼도 찾아 읽어봐야겠다. 격하게 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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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야키의 '13 계단'책|만화|음악 2007. 6. 6. 01:23
난 사형에 대해 찬성한다. 사형이 구조적인 문제나 사회적 모순이 있다는 데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너무 나쁜 놈들이 많다. 용서라는 단어 앞에서 한없이 뻔뻔한 그들에게 자비와 휴머니즘은 사치일뿐이다. 갱생이란 논리적이고 희망적인 비전이지, 현실의 주관적이고 랜덤한 이기심 앞에선 말뿐인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형은 내게 사회에 있어 어쩔 수 없는 최후의 보루이자 필요악인 셈이다. 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13 계단]은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형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플롯 상에선 조나단 라티머의 [사형집행 6일전]이나 윌리엄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을 떠올리게 하지만,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이 그러하듯 보다 사회 시스템과 구조적인 부조리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