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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경잡이에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지.
    잡담 2012. 7. 4. 04:56

    계속 끼고 다니던 안경에 흠집이 생겼다. 미세한 가느다란 실금이 눈동자 위에 살짝 붙은 눈썹 마냥 신경이 쓰이길래 안경을 갈았다. 마침 귀 뒤도 자꾸 닿아서 아프기도 하고. 집에 굴러다니던 뿔테에 알을 넣었다. 백범 선생 안경처럼 동그란 게 좀 낡아보인다. 어머니가 바자회를 돌다 맘에 드는 것도 없고 마침 싸길래 집어왔다는데 이렇게 써먹을 줄을... 은근 기대하고 있었다. 농구하면서 1년에 한번씩 안경을 갈던 예전같진 않지만, 20년 넘게 안경잡이로 살아온 내게 여분의 안경은 필요조건이다. 렌즈를 껴보는 것도, 수술하는 것도 편하고 좋아보이련만, 아직 눈동자에 직접 손댄다는 사실이 익숙치 않다. 그러고보니 살면서 안약 한 번 제대로 넣어본 적 없다. 가짜 눈을 달고서 진짜 나쁜 눈을 보호하며 살았구나.

    새 안경을 쓰니 성형수술로 얼굴 바뀐 스파이의 음흉한 자신감이 충전된다. 아 이 느낌 좋다. 근거없는 믿음이지만 새 세상을 바라보는 힘은 언제나 도구가 아닌 마음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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