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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
    영화|애니|TV 2009. 11. 17. 23:11

    반담과 룬드그렌의 소박한 발차기로 시작했던 그의 할리우드 이력의 정점은 지구 파괴 혹은 지구 멸망으로 귀결되었다. 외계인 침공이던, 고질라가 짓밟던, 날씨가 지랄을 떨던, 태양 중성미자의 영향이던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부셔대는 그의 공격성(!)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어 이젠 할리우드 막강 파괴의 신답게 아낌없이 지구를 반파해간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스케일! 세계 명소가 부셔지는 건 양념, 이젠 지각까지 움직여대며 세계 지도를 바꿔나간다. 다음엔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부셔댈지 쬐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 빼앗긴 개념을 찾아 우주 저 멀리 안드로메다마저 뒤흔들지나 않을런지 궁금하다. (차기작으로 인디펜던트 데이 속편을 운운하는 걸 보니 감독 자신도 지구상에선 볼짱 다 봤다는 심산인 듯...-0-)
     
    주구장창 마야인을 들먹이며 2012년에 멸망이 오리라 외치는 영화의 핵심은 그럴듯한 가설도 아닌, 인간의 회개와 용서, 화합도 아닌, 무지막지한 롤러코스터급 비주얼이다. 더 이상 재난물은 없어! 라고 선언하듯 온갖 요소를 다 때려박은 스토리와 캐릭터들은 전형적이며, 클리셰는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비주얼만큼은 상상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2시간 35분이 넘어가는 극악의 런닝타임 속에서 (암만 좋아하는 배우지만) 민폐 가족을 응원하는 것도 고역스럽고, 현실이나 영화에서나 G8이 하는 짓거리들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것도 슬프다.
     
    무엇보다 날 더 슬프게 하는 건 망해 가는 지구에서 자식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로서 가장 필요한 게 뛰어난 운전 솜씨라는 것이다. 이런 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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