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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형 인간.
    잡담 2008. 11. 12. 03:29

    고양이는 잘 안다. 이 사람이 고양이형 인간인지, 개형 인간인지. 흘끗 빠르게 지나쳐가는 길고양이들의 눈엔 항상 그걸 묻는 질문이 서려있다. 넌 어느 부류니? 하고. 인간과 어울려 살기 시작하며 그들은 자체적으로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는 레이더를 탑재하게 되었다. 그들만의 커뮤니티 속에서 그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며, 리스트를 업데이트해간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가 되었건, 새끼건 어미건 암컷이건 수컷인건, 고양이들은 잘 안다. 마주 쳐다보고 있는 인간이 어떤 놈인지. 다가갈지 말지를.
     
    나? 난 개형 인간이다. 포커페이스도 안되고, 칭찬 받긴 더럽게 좋아하며, 우울하면 팍팍 티내는. 낯은 가리지만 친해지면 막 침을 묻혀줄 것 같은 그런, 서먹함 따윈 던져버리고 싶은. 그러나 고양이를 무지무지 사랑하는 비전형적인 개형 인간이다. 이 세상은 크게 세부류의 인간이 있다. 고양이형 인간, 개형 인간, 그냥 인간. 그룹은 그룹별로 놀게 돼있다. 크로스오버 퓨전 하이브리드를 꿈꾸는 나는 그래서 언제나 고양이들에게 '따'를 당한다. 길거리에서 마주쳐도 그들은 내 사랑은 본 척 만 척, 도망가기 바쁘다. 따스한 시선과 관심은 언제나 냉대로 돌아올 뿐, 내 진심을 알아주는 고양이 하나 만나보질 못했다.
     
    제발 리스트에서 지워다오. 난 니들 편이다. 니가 내게 딛는 작은 한 걸음이 내겐 너희들에게 다가가는 큰 울림이 될거야. 하나의 몸짓이 의미가 되는 순간, 난 고양이형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지 몰라... 언제나 그렇듯 짝사랑은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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