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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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4 Luv'책|만화|음악 2012. 5. 28. 15:04
조금은 덥다 싶은 봄날, 희영의 정규 1집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처음 발표한 EP를 들으며 파스텔 뮤직에 잘 어울리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선한데, 훌쩍 시간이 지나 그녀의 새 노래들을 CDP에 걸어놓고 산들거리는 봄기운을 맞으며 듣고 있으려니 그 지난 음音의 감촉들이, 그 상찬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다. 국내에선 좀처럼 만나기 힘든, 아메리칸 포크팝 스타일의 음악이었다. 빈티지스럽지만 세련되고,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와 의식은 없지만, 편안하고 살짝은 애잔하기까지 한 그런 기운의 감성이었다. 장르적으로 어렵고 생소하기 때문에 듣기 힘든 게 아니라, 이런 음악들을 소비할 대상에 대한 시장의 섣부른 판단과 이런 색깔을 유지해선 버틸 수 없는 풍토에 대한 가수들의 두려움이 만들어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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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o Sudden'책|만화|음악 2011. 4. 29. 21:57
봄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난 뒤, 뜬금없이 3월말에 내린 흰 눈 사이로, 학기초 처음 만난 짝꿍과 친해져 같이 하교할 때쯤에. 라일락 향기가 동네 어귀 담장 아래 진동하고, 갑작스레 풍경이 흑백에서 컬러로 변하며, 윗옷을 저도 모르게 벗게 되면 그게 바로 봄이다. 갑작스럽기에 반갑고, 시간을 보면 놀랍고, 변화에 아름답다고 느끼게 되는 그 계절이 사랑스럽다. 피천득 선생은 '오월'에서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고, 하얀 손가락에 끼어있는 비취 가락지라 했다. 짧지만 그래서 더 강렬하고, 지나가면 자꾸 아쉬워 되돌아보게 된다. 봄은 새로운 시작이고, 간지러운 아련함이며, 조금은 멜랑꼴리하지만 시월처럼 쓸쓸하진 않다. 그런 봄처럼 갑자기 내게 희영(H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