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디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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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가 엮은 '페이스 오프'책|만화|음악 2015. 6. 25. 05:07
꿈의 태그매치다. 어디 누가 해리 보슈와 패트릭 켄지가 만날 거라 상상이라도 해봤을까. 그뿐만이 아니다. ‘잭 리처’와 ‘닉 헬러’가 한 술집에서 대화를 나누고, ‘링컨 라임과 아멜리아 색스’는 ‘루카스 데븐포트와 릴리 로텐부르크’와 팀을 짜 수사를 한다. 심지어 오만가지 이상한 사건들과 마주친 바 있는 ‘펜더개스트’는 무시무시한 ‘구스범스’ 세계 안으로 떨어진다. 이런 단편들이 자그마치 11편이다. 한 지면 안에서 무려 22팀(정확히는 23명)의 작가들이 만든 캐릭터들이 대결(이라 쓰고는 협력? 이라 해석해도 무방하다)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렇다. 요즘 트렌드대로 얘기하자면 황금가지 밀리언셀러에서 나온 단편집 [페이스 오프]는 추리/스릴러 계의 ‘어벤져스’라 할 수 있다. 쟁쟁하기 그지없는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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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책|만화|음악 2010. 8. 13. 23:42
한달이 조금 안됐지만 기브스하고 누워있으면서 가장 몰입이 잘됐던 건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였다. 물론 [본 콜렉터]를 이미 영화로 먼저 봤다는 것도 무시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전신마비로 목과 왼쪽 손가락만 움직일수 있는 상황이 (물론 내가 조금 낫겠지만) 나름 비슷하다 여겨진 동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허나 침대에 누워 성질을 내면서도 번개 같은 머리를 팍팍 굴려대는 라임의 카리스마가 더위와 노트북 열기에 간신히 허덕거리며 비실댄믄 내 초라한 몰골에 너무나도 비견됐기에, 더군다나 내 곁엔 수족처럼 돌아다니던 안젤리나 졸리 같은 여순경도 없었기에, 비교는 곧 열폭과 자학으로 그치고 말았다. 안락의자 탐정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진짜 침대 밖으로는 활동이 불가능한 법과학자를 등장시킨 제프리 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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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의 '남겨진 자들'책|만화|음악 2010. 7. 29. 18:33
이 소설, 양파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음모와 배신에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제프리 디버는 최소한의 정보만 독자에게 던져준 채 사건을 진행시키며 관점을 뒤집는 마력을 선사한다. 초중반 서바이벌에 가까운 혹독한 모험기와 도망자의 스릴을 섞어 땀을 쥐게 하더니, 후반에 들어선 뒤통수 치는 반전을 앞세워 책을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든다. 거대한 음모가 튀어나올 것 같던 교차의 스케일도 갑작스레 대변모, 템포를 달리하는 막판의 급작스런 결말엔 가히 대략 난감, 다소 어이가 없을 정도. 알고보니 이 소설, 양파가 아니라 양배추다. 까도 까도 끝나지 않을 껍데기를 다 벗겨보니 안은 텅 빈... 그럼에도 바삭 바삭하니 씹어먹기엔 양도 많고 풍성한 질감의 미각을 선사하는 그런 소설. 제프리 디버는 깊고 굵은 맛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