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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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책|만화|음악 2009. 1. 9. 18:33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넓적다리 근육이 찢어져 뼈와 살이 분리될 것만 같은 전력질주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경쟁자들 의식? 이거 보다 더 빠를 수 있을까 자기의심? 아님 맞바람에 대한 고찰? 1/100초의 차이에 울고 웃는 그들, 인간을 넘어 신의 영역 속에서 승부를 벌리는 도박사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팔닥거리는 심장의 파동을 극복하고 지면과 맞닿은 발바닥 속에서 엄청난 제로백을 자랑하는 인간 치타들의 고민이.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 그대로 바람처럼 달리는 고교생들의 3년간의 성장담이다. 끝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땀내나는 청춘이 뭐가 그리도 재밌을까 싶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나 '800' 그리고 '스프린터'같은 소설과 만화가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러너스 하이(Ru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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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야마 미즈호의 '명왕성 파티'책|만화|음악 2008. 12. 3. 00:21
살아가며 앞날에 대해 조금이라도 귀띔을 해주었다면 올바른 궤도를 따라 돌고 있었을까. 약간만 빗나갔다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 그 벌어진 틈의 간격을 보고 놀란 그 생경함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었을까. [명왕성 파티]는 그 지난날의 회한과 추억을 더듬더듬 만져가는 미래의 일기장이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궤적에 대한 관찰기고. 불친절하고 파편적이지만 성장 소설의 외피를 뒤집어 쓴 두 인연에 대한 중간 보고인 셈이다. 물론 결론은 내려지지 않겠지만 원래 인생이란 게 그런 거 아닌가. 지나봐야만 어렴풋이 답이 보이는 정도니. 궤도 수정에 의해 행성계 지위를 박탈 당한 명왕성의 처지만큼이나 변해버린 운명 앞에서 남은 미래를 두고 벌이는 초라한 파티는 씁쓸하지만 그렇다고 슬프진 않다. 성대하진 않아도 나름 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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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겐이치의 '날개는 언제까지나'책|만화|음악 2008. 9. 21. 21:24
괴로움도 슬픔도 즐거움도 기쁨도 세월이 지난다고 바래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더 묵힌 만큼 진한 향을 내며 새록새록 가슴과 머리에 아로새겨진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청춘이 그런 것이고. 두근거리는 가슴과 뻑쩍지근한 풋사랑, 어깨를 두른 우정에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았던 여정으로 정신없던 이팔청춘의 질폭노도 잔혹사가 아름답게 미화된다. 60년대 비틀즈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본 촌구석 까까머리 아이들의 팔닥팔닥 숨쉬는 젊음을 담아낸 이 소설은 그 묵은 감정의 기억들을 찬찬히 보듬어낸다. 수수하고 낯간지러운 일상에, 치기어린 꿈과 희망이지만, 진심어린 열정과 순수한 감정만큼은 진짜였던 그 시절 이야기들을. 비틀즈 음악에 담겨진 그 감수성들을. 극적인 플롯과 강렬한 감정의 동화과정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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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굴드의 '점퍼'책|만화|음악 2008. 8. 15. 22:14
'점퍼'는 영웅담이 아니다. 성장담이다. 가정폭력과 첫사랑, 능력에 대한 고민과 아픔, 그리고 복수를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18살 소년의 거침없는 좌충우돌기다. 영화에서 활약하던 그리핀도, 팔라딘도 여기선 등장하지 않는다. 능력자인 어머니 얘기도 다르다. 영화처럼 경쾌하고 신나는 SF 활극을 기대했다면 오산. 스티븐 골드는 여리디 여린 그 시절의 성장통과 통과의례를 텔레포트라는 능력에 녹여,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잔잔하고 꼼꼼하게 펼쳐보인다. SF계의 '호밀밭의 파수꾼' 같다는 수식은 조금 과찬이지만, 나름 진지한 시선과 고민들을 조근조근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는 능수능란한 솜씨 만큼은 인정한다. 팔라딘과 그리핀의 얘기를 다룬 2편과 아직 나오지 않은 1편의 주인공 데이비드가 30세 성인이 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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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마코토의 '800 Two Lap Runners'책|만화|음악 2008. 4. 2. 02:27
어린시절 그렇게 등수놀이를 싫어하는 내게 달리기는 고문에 가까웠다. 잘 달리고 못 달리고를 떠나 아예 달리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으니까. 이 둔한 몸치가 그나마 나아진 건 고등학교에 들어서며부터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준족의 실력을 보였던 건 아니고, 단지 체력장 때문에 조금이나마 점수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슬픈 10대 후반의 초상. 근데 그땐 거의 그랬다. 젊음을 불사르며 육체를 마음껏 발산하기엔 너무 멍청했던 거지. 아님 현명했거나. 평균 이상의 운동 신경을 보유한 그들은 경이의 대상이자 초능력자다. 인체 내 근육 구성 비율부터 틀리며, 반응 속도와 감각 그리고 승부욕까지 남다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현실에선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 질주하는 그들과 나는 시간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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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노 아쓰코의 '배터리'책|만화|음악 2008. 3. 7. 19:52
야구는 재밌는 스포츠다. 단체 경기면서 에이스와 4번 타자가 유난히 도드라지고, 속도가 있으면서도 경기 자체는 상당히 정적이기 때문에. 공격과 수비가 나란히 교대로 병행된다는 점도 그렇고. 이런 이율배반적인 요소들이 어느 스포츠보다 더 길게(무려 9이닝에 걸쳐) 펼쳐진다는 점에서 상당히 드라마틱하다. 경기의 핵심이 되는 배터리를 봐도 범상치 않잖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 투수에 비해 언제나 안방 마님 든든한 조연이 되는 포수의 관계에선 서로에게 묘한 애증이 묻어난다. 일본에서 800만부나 팔리고, 만화와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 메가 히트작은 그 이율배반성에 주목한다. 천재적인 투수와 그 공을 유일하게 받아줄 수 있는 포수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통해 야구와 소년들의 성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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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책|만화|음악 2007. 10. 26. 17:08
막연한 생각이지만,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분위기를 찾지 않았을까. 경쾌하면서도 짜릿한 느낌이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만화다운 상상력과 너무나 독특해 눈에 도드러지는 캐릭터가 한데 뭉쳐 찬란히 빛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소설을 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역전 경기를 다루고 있는 미우라 시온의 이 소설은 때론 [슬램덩크]같고, 때론 [허니와 클로버]에, 때론 [H2]처럼 섬세하면서도 열혈로 가득찬 청춘의 다양한 색깔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젊음이란 한없이 불안하며 의심하고 부정하면서도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것. 그러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서서히 젊음이 끝나가는 무렵에 서있기에 더더욱 절절하게 다가온지도 모르겠다. '글로 쓰여진 만화'라는 찬사답게 1, 2권 합계 700 페이지가 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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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하라 스나오의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책|만화|음악 2007. 10. 18. 18:03
아직도 철이 없어서 그런가. 젊음을 그린 소설들이 좋다. 그 만져질 듯한 풋풋함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체에 설레인다. 실패와 좌절 뒤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패기와 열정에 나도 몰래 감동받고 내 지나간 나날을 반추해본다, 청춘을 다룬 소설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써보고 싶은 타임머신이자, 과거라는 놀이동산의 자유이용권이다.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 따스한 노스탤지아에 행복해지고 가슴 아파진다. 아시하라 스나오의 이 소설 역시 기분 좋은 타임머신이다. 1960년대 고교생 4명이 밴드를 조직하는 자기 회고록적인 이야기를 아주 매끈한 유머와 경쾌한 필치로 풀어놓았다. 가슴 아픈 생채기나 갈등 따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내고, 시종일관 촌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좌충우돌 밴드 결성기를 풋풋하게 그려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