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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위태위태한 신년 정초의 기분.잡담 2013. 1. 8. 23:36
새해가 시작되고 매서운 추위가 잠잠해지지 않은 지난 며칠간 뒷골이 묘하게 묵직하고 땡겼다. 흔히들 숨골이라 부르는 그 부위가 뒤로 젖힐 때마다 뻑적지근한 게 아 이거 보통일이 아니구나 싶은 공포감이 새해 복 많이 받기도 급급한 와중에 슬금슬금 도래한 것이다. 가뜩이나 고지혈 증세를 보이는 끈적끈적한 피의 소유자인지라 더럭 겁이 나 인터넷을 뒤적거려 보니 풍이라 불리우는 뇌졸중 전조증상에도 이런 징후가 딱! 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설마 이 나이에 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훅 쓰러져 골로 가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어디 나가지도 않고 자고 싶은 대로 퍼질러 잤더니 수면이 늘어나는 것 역시 뇌졸중 전조 증상에 딱! 하니 있었다. 그럼 어쩌지. 그럼에도 병원 MRI는 조금 많이 부담스러워 일단 베개부터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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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잡담 2012. 12. 31. 23:56
이맘때면 항상 드는 생각. 아직까진 괜찮아. 그래도 내년엔 뭔가 달라지겠지. 막연한 기대인지 지나친 안일주의인지 비겁한 낙관론인지 모르겠지만 이 조그마한 희망이 아직은 시큼한 후회보다 미련한 꿈을 꾸게 만드는 것 같다. 인생은 반전, 미래는 복권, 내일은 축복. 비록 가진 것, 이룬 것 하나 없어도 온갖 꿀 발린 감언이설로 자신을 위로하는 매해 마지막 날이 좋다. 누군가 내 편이 되고, 무언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욕망이 살아 숨 쉬는 센티한 하루. 위로와 꿈의 연말정산인 셈이다. 지금은 차거운 서해지만 언젠가 따뜻한 남태평양에서 이국적인 바다를 바라보며 새해를 맞이하게 되길. 기약 없는 꿈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쇼생크 탈출의 앤디처럼 바라고 또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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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의 '타워'영화|애니|TV 2012. 12. 26. 19:34
초고층 주상복합빌딩 타워스카이의 시설관리 팀장인 싱글대디 ‘대호’(김상경)는 사랑하는 딸 ‘하나’(조민아)와 함께 멋진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기로 약속한다. 그런 대호를 마음에 품고 있는 타워스카이 푸드몰의 매니저 ‘윤희’(손예진)는 바쁜 ‘대호’를 대신해 잠시나마 ‘하나’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한편, 전설로 불리우는 여의도 소방서의 소방대장 ‘영기’(설경구)는 결혼 후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이브에 아내와의 데이트를 약속한다. 모두가 행복한 그 날 저녁,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는 타워스카이에서 예기치 못한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데… 어디선가 본 듯하다. 처음 보는 영화임에도 낯설지 않다.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의 시설관리 팀장, 여의도 소방서의 전설로 불리는 소방대장,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자기과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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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선물.잡담 2012. 12. 25. 13:25
자고 일어나니 초딩때도 제대로 몇 번 받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산타클로스 할아범이 뾰로롱~ 두고 가셨다. 세계 멸망에 대비해 영세 받고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던 게 퍽이나 기특했나 보다. 믿거나 말거나. 선물은 로모그래피에서 작년 이맘때 출시해 꽤나 높은 화제를 누렸지만, 금새 잠잠해진 로모 키노란 녀석이었다. 사실 그간 로모 카메라에 끊임없이 눈독을 들이긴 했지만, 필름 구매와 현상이라는 지불요소와 귀찮음이란 두 가지 악재(?)로 인해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처럼 가난하고 게으른 녀석에겐 어울리지 않아' 위로하며 넘어가곤 했다. 근데 막상 손 안에 들어오니... 역시나 필름 살 돈이 없고 또 커플들이 환호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 강추위라 나가기가 귀찮다. 훗. 나란 남자 그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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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잡담 2012. 12. 19. 04:35
결전의 날이 밝는다. 지난 대선들 못지 않게 이번 레이스 역시 온갖 드라마가 속출했고, 각종 개드립 향연에, 이변의 연속이었다. 웬만한 막장 연속극과 블럭버스터 영화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흥미진진하고 결말을 알 수 없는 혼돈의 전개가 펼쳐졌다. 그만큼 치열했고, 그만큼 저열했다. 맞수가 없던 새누리당 경선과 맥빠진 결말을 선사한 야권단일화는 각각 다른 의미에서 실망과 아쉬움을 주었고, 여론조작의 국정원녀와 이정희의 막판 사퇴는 그 정점을 찍었다. 군소후보들은 내 눈을 바라봐 롸잇 나우! 허경영이나 불심으로 대동단결! 김길수의 아성을 넘지못했다. 그러나 어쩌겠나. Life goes on. 남은 건 유권자들의 투표뿐이다. 유난히 매서운 강추위를 뚫고 몇 시간 뒤 18대 대통령이 발표된다. 누가 되던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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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를 받다.잡담 2012. 12. 17. 03:30
바야흐로 마야력이 끝난다는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세계 멸망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천주교에 귀의했다...는 사실 뻥이고, 지난 늦여름부터 차근차근 예비자 교리를 이수해 무사히 세례를 받았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면서도 오랜 기간 무신론자로 버텨왔던 터라, 혹 모종의 건강상 이유나 급작스런 심경의 변화, 아님 성당 오빠의 흑심을 노린 것 아니냐는 등의 의심 아닌 오해를 받아왔는데, 아니다. 그런 거 절대 아니고, 나이가 들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기대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해지면 어떤 종교든 차별없이 다녀보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던 셈이다. 계획은 한 오십부터 천천히...였는데. 흑. 종교를 가졌다고 갑작스레 하늘에서 꽃가루가 내려오고, 한강이 두쪽으로 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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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은 아프다.잡담 2012. 12. 9. 23:21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이미 5번이나 미끄러질 뻔한 기운을 간신히 추슬러 걷고 있던 터라 다음에 찾아올 위기엔 뭔가 사단이 나겠거니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양손에 든 짐 또한 결코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진짜 최악이었던 건 바로 신발이었는데, 하도 오래 신어 밑창이 맨들맨들해진 마찰계수 제로의 구두였다. 미끄럼엔 그저 쥐약. 마치 힐리스처럼 빙판길에선 쭉쭉 미끄러졌는데, 다리에 잔뜩 긴장을 머금은 근육과 초집중 정신력으로 가까스로 제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깜빡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이하이의 ‘여전히 정신 못 차려 왜’란 구절에 정줄을 놓은 순간, 왼발이 미끈! 오른발에 힘을 주는데 역시나 미끈! 아 씨ㅂㅏ...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발이 모두 공중으로 붕 떴다. 중력은 아프다. 허리와 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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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잡담 2012. 12. 7. 04:39
때 이른 폭설이 도래했다. 아직 한겨울이 되기엔 한참 모자란 12월초. 싸래기처럼 날리던 가루들이 이내 굵어져 펑펑 쏟아졌다. 마치 요동을 치며 혼전으로 치닿는 하루하루 같다. 금세 질척해 더러워질 게 분명한데 깨끗한 척 모든 걸 덮는 모습이 가증스럽다. 엉금엉금 기는 차들은 못 봐주겠다. 때마침 버스 엔진에서 들려오는 영감님 가래 소리. 미끄러움을 부끄러운 몸뚱이가 주체하지 못하는 건 사람이나 사물이나 비등하다. 괜시리 서글프다. 녹아서 물기로 엉망이 된 신발에 애꿎게 화를 풀어본다. 더딘 속도의 차들이 점점 도로에 쌓인다. 쌓이는 건 눈과 그리움만이 아닌가 보다. 강추위도 함께 닥쳤다. 겨울이다. 진짜 겨울이 시작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 따뜻한 소식을 꼭 좀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