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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법인의 '동네카페 무작정 따라하기'
    책|만화|음악 2013. 3. 27. 03:55

    18세기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던 찰스 드 모리스텔레랑은 커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고, 이는 커피에 대해 가장 잘 알려진 명언이 되었다. “커피의 본능은 유혹, 진한 향기는 와인보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은 키스보다 황홀하다.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수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어디 그뿐인가. 비슷한 시기, 같은 나라에 살았던 사상가이자 소설가였던 장 자크 루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은 향기다. 집 근처에서 커피콩을 볶을 때면 나는 서둘러 창문을 열어 그 향기를 모두 받아들인다.”라고 했고, 미국의 독립전쟁 지도자였던 패트릭 헨리는 “내게 커피를 주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시오.”라고까지 밝혔다. 영국의 정치가였던 제임스 매킨토시 경은 “사람의 정신력은 그가 마신 커피의 양에 비례한다.”고 공언했고, 스페타니 파이로는 “성공한 모든 여성 뒤에는 많은 양의 커피가 있다.”고 말했다. 시대와 나라, 성별을 가리지 않고 사랑받은 커피의 매력은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확장(을 넘어 이제는 팽창!) 중인 대한민국 카페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거리를 지나면 어디선가 풍겨오는 냄새. 달달하면서도 구수한 향기가 꽃내음보다 짙고, 매캐한 매연보다 강하다. 온 세상이 카페 천하다. 중국집보다 많고 편의점보다 다양하다. 사주 카페, 인터넷 카페, 여행 카페, 부동산 카페, 심지어는 꽃집 카페에 핸드폰 판매점이나 안경점에도 카페가 있고, 각양각색의 프랜차이즈까지 성업 중이다. 자고나면 우후죽순 하나씩 생겨나는 카페 덕에 창업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줄로만 알았다. 오디션 프로가 나오기 전까지 그렇게 대한민국에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은지 몰랐듯이, 카페가 동네 구멍가게보다 많아진 요즘에야 이렇게 우리나라에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구나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열이면 아홉이 망해간다는 자영업자의 현 실태처럼 분명 동네 카페 창업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일터. 유행을 쫓아 우르르 몰려갔다 쓸쓸히 사라졌던 수많은 요식업(그 많던 춘천 닭갈비나 찜닭, 불닭, 오뎅바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건가!!)처럼 카페 붐도 일시적인 가열 현상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적은 자본에, 조그마한 공간도 상관없고, 손쉽게 배워서,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번 해볼까? 라는 막연하고도 대책 없는 용기만으론 안 된다. 다방커피 타듯 둘둘삼 공식으로 동네 카페는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무턱대고 바리스타 자격증부터 따놓을까. 아님 오랜 커피점 알바로 육십갑자의 내공을 축적시킬까. 카페란 카페를 다 돌며 시음 고수가 되어 신의 물방울 마냥 향기만 맡아도 로스팅 온도와 시간, 원두의 원산지까지 알아맞히길 바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허나 안 된다면 공부해야 한다. 커피도 창업도 공부다. 그런 면에서 구력이 어느 정도 된, 월매출 3천의 현역 동네 카페 사장님이 직접 쓴 ‘동네 카페 무작정 따라하기’는 좋은 가이드가 될 법 하다. (제목과 다르게 읽어보니 절대 무작정 따라 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어디 가서 물어보기도 부끄럽고 껄끄러운 생기초 지식들과 정보들을 두런두런 늘어놓는 솜씨가 숙성된 원두 가지고 기가 막힌 커피를 뽑아내듯 장난이 아니다. 커피 좋아하세요? 그럼 그냥 손님하세요. 라고 일갈(!)할 정도로 잔인하게 친절한 것도 인상적이다. 창업은 그런 객관화의 성찰이 정말로 필요하다. 적성은 맞는가. 창업이란 낭만에 취해 접객이라는 본질을 호도하고 있진 않은가. 매출과 상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가. 기술과 고용관리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인테리어부터 메뉴개발, 홍보, 세금 문제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맥을 잡아가며 현실감 있게 동네 카페 창업에 대해 집어주는 내용을 보며 이제까지 막연하게나마 정 안되면 마지노선으로 작게 동네 카페라도 열어보자! 라는 환상을 무자비하게 박살내 주었다. 역시나 세상에 쉽고 만만한 건 없다.

    책은 동네 카페 오픈 1년 전을 기준으로 삼아 크게 나눈 6개의 챕터, 55개 파트로 구성돼 있고, 카페와 커피에 대한 기초 상식들부터 창업에 대한 심도 깊은 정보까지 개장일에 가까울수록 필요한 지식들을 순차적으로 늘어놓는다. 각 파트별 내용은 짧고 쉽게 읽히며, 다양한 사진들과 표를 활용해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했다. 부분부분 ‘곰돌군의 잔소리’라는 팁과 주의사항을 달아놓아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첫 번째 챕터인 ‘카페, 진짜 해볼까?’는 창업에 대한 마인드와 자세를 점검하는 내용으로, 가볍지만 진중하게 장사에 대한 지은이의 태도와 진심어린 충고를 접할 수 있다. 마음이 창업으로 굳어졌다면 두 번째 챕터 ‘나에게 어울리는 카페를 찾아라!’부터 본격적인 카페 창업에 대한 교육에 들어간다. 다양한 카페 탐방과 비교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과 콘셉트를 정하고, 필요한 교육을 찾아서 들어야 한다는 것. 세 번째 챕터인 ‘초보 사장, 첫걸음을 시작하다!’에서는 창업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들을 제시하는데, 창업비용, 사업계획서, 지원금과 상권분석, 그리고 권리금 등 굳이 카페가 아닌 모든 창업에서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네 번째 챕터 ‘알록달록 내카페 디자인하기’에서는 브랜드와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 카페를 이끌어가는 장비와 메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야말로 카페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내용. 다섯 번째 챕터인 ‘완벽 매뉴얼로 실수 없는 오픈하기’에서는 오픈 일을 앞두고 해야 하는 직원/알바생 뽑기, 원가 분석, 세금과 사업자등록 절차에 대해 설명한다. 여섯 번째 챕터 ‘잘나가는 카페의 특별한 노하우’와 마지막 챕터 ‘곰돌군의 남다른 사장질’은 개장 후 필요한 노하우들과 홍보, 재고와 접객 및 직원 관리 매뉴얼을 담고 있다.

    물론 이 책이 만능이 될 순 없다. 카페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절차와 과정이 설명돼있을 뿐이지, 정작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커피 맛과 사이드 메뉴를 찾기 위해선 자신이 직접 발품을 팔아 경험을 쌓고 여러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미 시중엔 수십 종의 다양한 카페 관련 서적들이 나와 있고, 뒤져보면 수많은 학원들과 재야 고수의 선생들이 즐비하다. 그들을 잘 가려서 취하는 건 자기 복이고 식견이다. 단지 이 책이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도움은 내가 과연 동네 카페를 운영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간접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이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어, 혹은 이렇게 힘든 것이었나. 이 두 답변만 이끌어낼 수 있다고 해도 저자 권법인 씨는 뜻한 바를 이룬 게 아닐까 상상해본다. 참, 그리고 책 뒤에 ‘아무도 모르는 대박카페 10의 비밀노트’가 밀봉 상태로 딸려있다. 무슨 내용인지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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