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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례를 받다.
    잡담 2012. 12. 17. 03:30

    바야흐로 마야력이 끝난다는 20121221일 금요일 세계 멸망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천주교에 귀의했다...는 사실 뻥이고, 지난 늦여름부터 차근차근 예비자 교리를 이수해 무사히 세례를 받았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면서도 오랜 기간 무신론자로 버텨왔던 터라, 혹 모종의 건강상 이유나 급작스런 심경의 변화, 아님 성당 오빠의 흑심을 노린 것 아니냐는 등의 의심 아닌 오해를 받아왔는데, 아니다. 그런 거 절대 아니고, 나이가 들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기대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해지면 어떤 종교든 차별없이 다녀보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던 셈이다. 계획은 한 오십부터 천천히...였는데. 흑.

    종교를 가졌다고 갑작스레 하늘에서 꽃가루가 내려오고, 한강이 두쪽으로 쫘악 갈라지며, 오색빛깔 후광이 등 뒤에서 솟아나진 않는다. 여전히 믿음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존재한다. 기도하는 자세는 영 뻣뻣하고, 성체를 모시는 건 아직 많이 어색하다. 그럼에도 생기는 일말의 안도감과 정신적 평화는 전교 쌈짱이 내편인 것과 같은 튼튼한 든든함이다. 이 인지부조화의 이율배반적인 심리는 마치 괴로우며 달콤한 연애에 비견될 만하다. 시간이 흐르면 분명 (어느 쪽이든) 익숙해질 거라는 것마저.

    제발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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