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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마야력이 끝난다는 2012년 12월 21일 금요일 세계 멸망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천주교에 귀의했다...는 사실 뻥이고, 지난 늦여름부터 차근차근 예비자 교리를 이수해 무사히 세례를 받았다. 천주교 집안에서 자라면서도 오랜 기간 무신론자로 버텨왔던 터라, 혹 모종의 건강상 이유나 급작스런 심경의 변화, 아님 성당 오빠의 흑심을 노린 것 아니냐는 등의 의심 아닌 오해를 받아왔는데, 아니다. 그런 거 절대 아니고, 나이가 들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기대고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해지면 어떤 종교든 차별없이 다녀보려고 예전부터 생각했었다. 단지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던 셈이다. 계획은 한 오십부터 천천히...였는데. 흑.
종교를 가졌다고 갑작스레 하늘에서 꽃가루가 내려오고, 한강이 두쪽으로 쫘악 갈라지며, 오색빛깔 후광이 등 뒤에서 솟아나진 않는다. 여전히 믿음에 대한 의심과 회의는 존재한다. 기도하는 자세는 영 뻣뻣하고, 성체를 모시는 건 아직 많이 어색하다. 그럼에도 생기는 일말의 안도감과 정신적 평화는 전교 쌈짱이 내편인 것과 같은 튼튼한 든든함이다. 이 인지부조화의 이율배반적인 심리는 마치 괴로우며 달콤한 연애에 비견될 만하다. 시간이 흐르면 분명 (어느 쪽이든) 익숙해질 거라는 것마저.
제발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