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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력은 아프다.
    잡담 2012. 12. 9. 23:21

    조짐이 좋지 않았다. 이미 5번이나 미끄러질 뻔한 기운을 간신히 추슬러 걷고 있던 터라 다음에 찾아올 위기엔 뭔가 사단이 나겠거니 막연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양손에 든 짐 또한 결코 균형을 잡는데 도움이 되질 못했다. 진짜 최악이었던 건 바로 신발이었는데, 하도 오래 신어 밑창이 맨들맨들해진 마찰계수 제로의 구두였다. 미끄럼엔 그저 쥐약. 마치 힐리스처럼 빙판길에선 쭉쭉 미끄러졌는데, 다리에 잔뜩 긴장을 머금은 근육과 초집중 정신력으로 가까스로 제어하고 있었다. 그러나 깜빡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이하이의 여전히 정신 못 차려 왜란 구절에 정줄을 놓은 순간, 왼발이 미끈! 오른발에 힘을 주는데 역시나 미끈! 아 씨ㅂㅏ... 말이 끝나기도 전에 두 발이 모두 공중으로 붕 떴다.

    중력은 아프다. 허리와 양 팔꿈치로 착지한 대로변의 낙상 사고! 쪽팔림에 번개같이 일어서 집까지 서둘러 뛰어왔는데, 하루 자고 일어나보니 팔꿈치가 심각하게 부었다. 허리는 으윽 소리가 절로 날 정도로 결리고. 그래도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복대하고 냉찜질하고 있으려니 자꾸 넘어지는 이놈의 저질 몸뚱아리, 균형잡이에 심각한 이상이 있나 의심이 생긴다. 날 밝으면 정형외과로 고고씽해야 할 듯. 이하이의 쉬크한 듯 섹시한 목소리가 날 위로한다.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잘 해. 니 그런 동정 따윈 필요 없어 uh. I said 1 and 2 and 3 4 ooh.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할거야. 1 and 2 and 3 4 ooh.

    게임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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