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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랑셴핑, 쑨진의 '벼랑 끝에 선 중국경제'
    책|만화|음악 2012. 11. 18. 03:32

    세계가 들썩인다. 2012년 한해 수많은 나라가 대선을 치뤘다. 러시아와 독일,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전반기 화제를 이끌었다면, 하반기 판도는 단연 오바마가 롬니와 박빙의 승부를 벌린 미국 대선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미국과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막강한 인구 대국의 중국 역시 엊그제인 15일, 18차 당대회에서 새로운 지도부를 발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시진핑이 라이벌 리커창을 제치고 당총서기로 추대된 것이다. 건국의 마오쩌둥과 개혁의 덩샤오핑, 발전의 장쩌민과 조화의 후진타오로 대표되던 그들에 이어 '민(民)'을 앞세운 제 5세대 지도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셈이다. 기존 노선을 유지 및 강화할 것으로 예측되는 오바마의 미국과 달리 권력 이양으로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가진 - 그러나 친한파로 분류되는 - 시진핑의 중국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게 사실인데, 리커창, 장더장, 위정성과 유윈산, 왕치산, 장가오리가 일선에 나선 現중국의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아 보인다.

    두 자리수 초고속 GDP 성장률을 보이며 황금빛 미래를 예고한 후진타오 시절과 달리 세계 전반에 닥친 경체 침제와 불황의 영향으로 한 자리수로 급락한 성장률과 빈부 및 지역격차가 심화되고, 원자바오 총리의 임기말 가족의 부정 축재설이 터진 악재, 미국과 일본과의 외교적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분위기 등 안팍으로 닥친 시련과 사정들이 꽤나 복잡하게 얽혀있기 깨문이다. 더욱이 시진핑 시대가 도래한 15일, 상하이종합지수의 급락, 거래 대금이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싸늘한 중국 증시의 반응들은 그리 환영적인 기대와 희망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고도성장의 후유증으로 닥친 문제들이 곪을대로 곪아 터져나오기 시작하는 군중시위와 봉기는 중국 국민의 불안한 심정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중국은 지난 5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공헌율이 40%, 세계 제조업 GDP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 세계 무역 성장 공헌율도 30%으로나 되는 거대한 시장이라고 조용찬 중국금융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말한다. '슈퍼 차이나'의 몰락으로 인해 타격을 입을 것은 그들뿐만이 아닌, 우리도 전세계까지도 모두 해당된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급변하기 시기 중국 경제전문가로 통하는 랑셴핑 교수가 진단하는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는 참으로 시의적절한 서적이 아닐 수 없다.


    랑셴핑 교수는 크게 다섯 챕터, 55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에 걸쳐 중국 경제의 심각한 징조와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위기는 최악의 결과가 아니다. 최악을 예상케 하는 징후들일뿐이다. 회복과 죽음의 분기점이자 변화의 단계로 오히려 이러한 부분들이 반등의 계기이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랑셴핑 교수는 희망한다. 오히려 그 부분을 외면하고 방관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문제와 결과를 야기시킬 것이라 경고한다. 제일 첫 챕터 '사면초가에 몰린 중국 경제'에서는 전반적인 중국 경제 시스템의 대한 냉철한 분석과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타성을 신랄하게 지적하며 위기에 빠진 경제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런 문제 제기 단계가 끝나면 두 번째 챕터서부터 본격적인 케이스들을 소개하는데, '침체에 빠진 국유기업 개혁'에선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국유기업의 허와 실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독점과 부패, 거짓과 지연이 가득한 그들만의 리그를 소개해간다. 세 번째 챕터 '문제투성이의 금융정책'에선 갈팡질팡 갈지자를 그리며 중심을 잡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력한 대책을 질타한다. 살인적인 고금리와 지지부진한 증시, 증발해버린 자금의 행방과 조악하기 그지없는 은행의 행태와 거기에 휘말리는 예금주와 투자자의 불안한 모습을 조망하며 다양한 대책들을 충고하는 그의 어조는 사뭇 비장하고 강경하기까지 하다.

    네 번째 챕터 '위기에 직면한 민영기업들'에 이르러선 기형적으로 변모한 시장의 행태와 구태의연한 정부의 세금 문제, 급속도로 발전하는 IT마켓에 발맞추지 못하는 현실, 그리고 복제와 표절이 판치는 중국지적재산권에 대한 반성 등을 통해 중국내 시장 환경과 자국 소비층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한다. 가깝게는 일본과 대만, 멀게는 프랑스의 시스템과 비교하며 그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그의 꼼꼼하고 명료한 분석은 우리 또한 가히 세이공청(洗耳恭聽)할 만하다. 그리고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챕터 '중국 경제가 가야할 길'에 이르러 정석 답안처럼 깔끔한 혜안과 고민할 부분을 직구로 던져대는데, 서두에서 그가 직접 밝힌 것처럼 공포감을 조장하고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것이 아닌, 그의 진심 어린 우려와 냉철한 사고에서 비롯된 경제학자의 충절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소 원론적이고 고전적인 방식의 결론을 도출하기는 하지만, 실증적인 데이터와 풍성한 각국별 예시, 역사적인 상황을 대입해 중국 現경제 상황의 액을 짚는 그의 탁월한 시각과 논조는 근시안적이고 일차원적인 답안을 제시하려는 사회주의식 정부의 환상과 해결책을 경계한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이처럼 많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를 떠안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면 그 어떠한 호러 소설보다 오싹하게 다가올 것이다. 허나 어느 나라고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조절과 통제를 배워왔기에 그들의 시련과 문제점들이 모두 공포감으로 치환될거라 생각지 않는다.


    "책임은 태산처럼 무겁고, 해야 할 일 역시 중요하며, 갈 길은 멀다."고 말한 시진핑의 취임 일성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벼랑 끝에 선 중국 경제를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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