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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CDP를 들였다...잡담 2013. 9. 13. 01:13
들고다니던 CDP가 고장났다. 서비스센터에 가니 렌즈픽업 부분이 고장이란다. 수리비가 원래 가격보다 더 나왔다. 눈물을 머금고 중고 CDP를 알아봤다. 아무도 들고다니지 않아 원하는 매물을 찾기 힘들었다. 가격에 맞춰 물건을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이곳 저곳 서핑하며 고심하고 기다렸다. 평가는 분분하지만 초박형의 매끈한 자태를 자랑하던 녀석으로 골랐다. 물건은 괜찮았다. 다소 사용감은 있지만 십년이 다 된 모델치고는 생생히 잘 돌아갔다. 더 이상 이런 모델은 나오지 않는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무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명기는 그렇게 사라졌다. 초경량/초박형이란 표현도 무색해졌다. CD는 이제 집에서 가끔 듣는 것이었다. 음원을 가둬둔 틀이고 담아둔 그릇이었다. 무게나 두께 따윈 더 이상 중요치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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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즈 엔드 걸프렌드의 'Seven Idiots'책|만화|음악 2010. 11. 9. 03:19
어느 정도 음악을 접하고 선택하는 경우는 예외겠지만, 한 번도 듣지 않은 CD를 처음 받아들 땐 묘한 기분에 사로 잡힌다. 비닐을 벗기고, CD를 올려놓고, 이어폰을 꽂으며,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약간의 설레임과 약간의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 이 음악가와 오래 공명하게 될지, 아님 그저 장식장의 장식품이 되어버릴지, 첫 음이 귓가에 울려퍼지기 전까지 상당한 긴장감이 방광을 죄어오는데, 그 쫄깃한 기분이야말로 진정한 음악의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가츠히코 마에다의 원맨 밴드 World's End Girlfriend(이하 WEG) 신보를 받았을 때 역시 수많은 감정들이 머리 속을 헤짚었다. 생각보다 어두운 자켓 이미지에, 우중충한 스테인드 글라스 무늬의 CD 프린팅, 핏빛으로 적힌 뒷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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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의 '집행유예'책|만화|음악 2010. 10. 22. 06:21
지금 와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90년대초 댄스와 블랙뮤직이 가요계를 침공했을 때 난 꿋꿋이 015B와 이승환 그리고 이른바 동아기획이라 불리는 언더의 음악을 선호했다. 윤종신과 이장우, 김돈규 등의 객원가수제에 환호했고, 더클래식과 이오공감 오태호에 박수를 보냈으며, 푸른하늘과 박학기, 장필순과 김현철, 봄여릉가을겨울 정돈 흥얼거려줘야 음악실에서 껌 좀 씹었구나 찬탄하는 수준이었다. 춤추고 랩하는 건 저기 학급 뒷분단에 앉아 슬랭을 쓰며 분위기 잡던 친구들이 열광하는 거지 가요계에서 음악성 완성도 운운하려면 보편적으로 남들 잘 듣지 않는 노래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 일종의 허세에 레알 쩔었던 셈이다. 허나 그 이면 숨겨진 사실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내가 심각한 몸치/박치라는 것이었다. 춤추다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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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플레이의 '투셰모나모'책|만화|음악 2010. 9. 26. 04:35
9월의 끝자락 기록적인 폭우가 퍼붓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마치 이게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뜨거운 햇살에 열대야가 작열하던 늦여름의 기세가 엊그제 같은데(아니 진짜 엊그제는 그랬다!), 확 변해버린 기온에 당황하며 부랴부랴 긴 팔 옷을 꺼내들었다. 이제 가을이고, 겨울인가? 몸과 마음에 직접적으로 다가온 환절기를 만끽하며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찾게 된 품목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뜨끈한 오뎅 국물과 따뜻한 호빵, 아님 붕어빵에 연인의 작디 작은 손과 손수 짠 목도리, 떨어진 오색의 낙엽 빛깔에 발 아래로 밟히는 바스락 소리. 그리고 이 모든 걸 푸근하게 감싸줄 이어폰에서 나즈막이 흐르는 재즈 선율까지. 인터플레이 2집을 만난 시점은 그렇게 너무나도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가요에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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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오프 신촌점.잡담 2009. 9. 20. 22:23
어제 날짜로 신촌에 북오프 2호점이 생겼다길래 재빨리 다녀왔다. 한산한 오전에 산책 나서는 기분으로다. 돈이라곤 쥐뿔도 없으면서도 빼곡하게 가지런히 꽂힌 책과 CD들을 보면서 왜이리 마음이 설레이는 건지. 지난 일본 여행에서 뒤적거리다 시간에 쫓겨 환율에 눌려 놓친 아이템들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을 것만 같단 기분 때문인지 한참을 서성거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건 욕심이요, 줄어만 가는 건 알팍한 지갑 사정이란 생각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고 말았다. 깨끗하니 잘 진열된 상품들과 과도(?)하리만큼 친절한 응대, 특유의 분위기는 일본의 어느 북오프와 비슷한 느낌. 꼼꼼히 잘 찾다보면 싼 가격으로 희귀 아이템들을 득템할 수 있는 터라 종종 산보 삼아 들리게 될 듯. 허나 넘 가까운 거리라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