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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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동급생'책|만화|음악 2010. 2. 10. 23:41
동급생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런데 그녀는 내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그리고 나는 다른 동급생을 좋아한다. 뻔하지만 간결한 멜로 드라마로 도입부를 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기 보단 청춘물에 가깝다. 트릭도 동기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뿐더러, 사실 희미하고 또 그마저도 쉽게 유추 가능하다. 꿰맞추는 퍼즐보다 맞추는 사람이, 그 어긋난 추억이 핵심이다. 요네자와 호노부같은 유쾌발랄달콤한 코지 미스터리는 아니지만, 두근거리는 이팔청춘 성장통이 담긴 단내나는 이야기는 풋사과 같은 시린 상큼함이 있다. 여전히 쉽고 빠르게는 읽히지만 강렬함은 없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난스런 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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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얀 토끼들은 어디로 갔나.잡담 2009. 6. 19. 02:55
반장이라고 못봤어, 안봤어, 안보여 우이독경 맘대로 하는 녀석이나, 그 꼴 못보고 장외투쟁한다며 교실 바깥으로 뛰쳐나간 학급위원이나, 주번 주제에 모여 떠드는 얘들도 없는데 칠판에 이름 적어 벌금 걷는 새끼나, 설왕설레 마구잡이로 반 소식을 반장과 짜집기하던 교지 편집위원이나... 모두 맘에 안들었다. 이런 교실은 항상 편 가르기와 위협, 싸움에 위쪽의 또 다른 독재권력인 담임선생이 핵방망이 몽둥이를 들고 막무가내로 개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들만 피해자에, 희생자였지. 분위기도 좆같고. 왜일까. 그냥 문득 지랄같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시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