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보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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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미스터 메르세데스'책|만화|음악 2015. 8. 6. 06:00
스티븐 킹이 돌아왔다. 아니 사실 거의 매년, 그는 돌아온다. 국내에 번역되는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번역이 안 돼서 그렇지. 킹은 꾸준히 신작을 써왔다. 1986년엔 눈이 썪어들어갈 정도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영화 [맥시멈 오버드라이브]라는 호러물을 감독했음에도 [그것]이란 걸작을 퍼냈고, 1999년 목숨이 오락가락할 정도의 사고를 당한 후에도 보란 듯 [드림캐처]를 완성했다. 1974년 [캐리]로 데뷔한 이래 엄청난 성공과 영광을 누렸음에도 그처럼 꾸준히 지속적으로 글을 쓰고 사랑 받아온 작가는 드물 것이다. 그것도 아멜리 노통 정도의 분량도 아니고 수학 정석과 비견될 정도의 두꺼운 페이지를 거의 매년 선보이는 작가는 더더욱 더. 스티븐 킹은 과작보다는 다작이 어울리는 작가다. 작품마다 질적인 편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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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런 코벤의 '페이드 어웨이'책|만화|음악 2010. 8. 25. 23:13
농구에서 상대 수비를 등지고 살짝 움직이면서 거리를 측정하고 점프와 함께 상체를 뒤로 젖혀 쏘는 페이드 어웨이 슛은 꽤나 고난이도의 기술과 체력을 요한다. 일단 체공시간이 길어야 하며, 슛블록을 피해 상체가 젖혀지는 만큼 폼도 무너지기 쉽고, 본인이 리바운드에 참여하기 더디기에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기에. 허나 적중률만 높다면 수비를 완벽히 제칠 수 있는 장점 덕에 막기 어렵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단의 주특기가 바로 이것이었다. 농구장에선 비록 부상 때문에 한물 간 퇴물 선수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추리 영역에 들어서선 파트너 윈과 함께 효과적인 픽앤롤 플레이로 페이드 어웨이를 구사하는 마이크 볼리타 시리즈 3탄의 제목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일개 농구선수의 실종으로 시작된 간단한 사건은 전혀 연관없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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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와 아리마사의 '신주쿠 상어'책|만화|음악 2010. 1. 22. 11:30
어느 순간 사람들은 강함을 갈구한다. 육체적인 것을 넘어 정신조차도. 감정을 넘어선 평정심과 미련 따윈 남기지 않겠다는 냉장고 4도씨의 쿨함을 유지하고 싶어진다. 이 비루하고 지저분한 세상 살아가기엔 이성과 논리 그리고 감정만으로 대응하기 너무 빡세고 지치게 만드니까. 그래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은 캐릭터가 있다. 그리고 그 인기는 한때의 유행으로 치부하기엔 꽤 오래간다. 마이크 해머와 신주쿠 상어 '사메지마'가 그렇다. 그들은 차거운 현대 사회의 진정한 파수꾼, 그러나 내 여자에게만큼은 따뜻한 남자들이다. 평범하기 그지없던 오사와 아리마사를 단숨에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신주쿠 상어]는 87분서 경찰시리즈에 필립 머로우를 믹스시킨 듯한 하드보일드다. 동물적인 섹시 다이너마이트 마이크 해머에 비한다면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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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노 료이치의 '제물의 야회'책|만화|음악 2009. 12. 3. 22:49
엽기적인 싸이코패스 살인마가 살인청부업자의 부인을 죽인다. 킬러는 살인마에게 복수를 다집하고, 그 사건을 맡게된 형사는 그 속에 과거 경찰과 관련있는 이권다툼이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즉감한다. [양들의 침묵]에, [경관의 피], [LA 컨피덴셜]과 [천사의 나이프]를 뒤섞어 [신주쿠 상어] 스타일로 풀어낸 듯한 이 기가 막힌 스릴러는 거칠고 잔인하면서도 우수어린 도시의 비정함과 비틀어진 사랑의 다양한 모습들을 탁월하게 묘사해낸다. 살인마와 킬러, 형사의 삼파전이 벌어지는 간단하고도 매력적인 얼개를 이처럼 다면적인 플롯으로 구사해내는 작가의 밀도감 넘치는 내공이 판타스틱하다. 싸이코패스와 야쿠자(갱스터), 조직비리, 하드보일드, 이상심리, 저격수, 소년범, 하드고어, 경찰물 등 한데 모아놓으면 안 어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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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라 히로시의 '하드보일드 에그'책|만화|음악 2008. 11. 26. 23:49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 있다. 처음 보는 그 순간 활자가 안구로 날아와 두뇌피질에 직접 박히고, 책장을 넘김에 따라 내 몸도 마음도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책이. 내 인생의 바이블도 슌페이처럼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이었다. 도서관에선 만난 건 아니었지만, 헌책방에서 뒤적거리다 산 거였으니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선수들 말곤 다 딴 짓하던 학창시절 체육대회 때 책장을 넘기며 인생이 그렇게 쿨할 수 있음을 처음 깨달았다. 그러나 난 탐정이 되진 않았다. 심부름센터에도 안 들어갔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드보일드를 꿈꾸는 그의 인생은 시트콤 라이프다. 챈들러의 대사를 인용하고, 독한 술을 마시며, 쭉빵 미녀를 기다리고, 탐정 일을 하지만, 아무도 몰라주고, 숙취에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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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책|만화|음악 2008. 10. 4. 23:34
이 양반, 대단하다. 사이버 펑크에 느와르를 혼재시킨 세계관에, 까칠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필력이라니. 레이먼드 챈들러의 하드보일드 SF 버전을 원했다면 바로 이 느낌이랄까. 간지와 낭만이 살아 숨쉬던 30년대 미국 뒷골목 느낌을 우주선이 두둥실 떠다는 미래에 완벽하게 이식해냈다. 술과 담배, 콜걸과 어두운 범죄는 안드로이드와 가상 섹스, 업둥이로 치환돼 주인공의 머리를 아프게 하며, 주먹과 총질은 더욱 업그레이드돼 공룡과 분자 와이어로 주인공의 육체를 아프게 한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믿는 구석은 배짱과 독설뿐인 없는 마초적이지만 한편으론 따스한 주인공이 마음껏 활약하는 대로망 스펙타클 SF 어드벤쳐 액션 하드보일드 스릴러. 오락적인 재미와 철학적인 주제를 둘 다 포기하지 않고, 경쾌하면서도 묵직하게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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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펠레카노스의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책|만화|음악 2008. 1. 2. 14:15
더쉴 해미트와 레이먼드 챈들러가 하드보일드의 프로토 타입이라면 미키 스필레인이나 로스 맥도널드는 초호기다. 그리고 엘모어 레너드와 제임스 엘로이로 진화해, 데니스 루헤인과 조지 펠레카노스 같은 아이들(?)이 탄생했다. 데니스 루헤인이 보다 본격적이고 문학적인 본질을 꿰찬다면 조지 펠레카노스는 TV스럽다. 보다 상스럽고 자극적인 소스의 맛이랄까. 미키 스필레인 소설만큼이나 스피디하게 읽힌다. 마초적이고 단순무식한 건 비슷하지만, 스필레인만큼 무대뽀로 흐르진 않는다. 시대가 시대니만큼 전후 매카시즘이 판을 치던 때와 다른 맛을 갖는 건 당연지사겠지. 까끌까끌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표현과 사상에 부딪치긴 하지만, 그 거칠고 진한 맛이 매력이다. 내용과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비슷하게 찍어대는 싸구려 펄프픽션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