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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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소년의 '행진'책|만화|음악 2010. 12. 27. 12:30
누가 청춘이 아름답다 말하는가.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에 치여 취직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들은 영어 점수에 목을 매고, 학자금 융자에 등골이 휘며, 이력서를 레포트보다 많이 쓴다. 독재와 맞서 싸우고 이념 논쟁에 한참이던 피끓는 청춘은 더 이상 없다. 축 늘어진 어깨, 밤낮이 바뀐 생활, 속의 마음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악플러, 좀약 냄새만 더욱 짙어진 한 번도 못 입어본 양복만이 그들의 현실을 증명할 뿐이다. 사랑도 돈 있어야 하고, 취직도 빽 있어야 하는 세상. 열정과 패기로 꿈만 꿔봤자 차라리 그 시간에 온라인 게임 레벨 올리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낭만은 사라지고 지극히 차디찬 바람만이 부는 경쟁사회. 그 험한 취업란을 뚫고 입사해도 끊이질 않고 스펙을 요구하는 승진 대열에서 살아남기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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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길종의 '바보들의 행진' + 장기하와 얼굴들영화|애니|TV 2009. 3. 5. 23:59
조지 루카스의 [청춘낙서]가 과거지향적인 시선으로 젊음을 반추하고 재생해 흥행과 비평을 거머줬다면, 비슷한 시기 같은 학교 1년 선배이기도 했던 하길종은 [바보들의 행진]을 통해 현재진행형의 생기 넘치는 젊음을 담아내 성공했다. 스스로 겁쟁이에 바보 쪼다라고 되네이는 영화이지만, 만드는 이 만큼은 누구보다 용감하고 거침없는 이들의 당당한 행진이었다. 지금 보면 다소 낯간지럽고 유치한 70년대 감성임에도 진지한 젊음에 대한 성찰과 고민으로 알량한 외피를 가볍게 날려버린다. 자조와 불안, 니힐리즘으로 가득찬 몽상가의 시대적 아픔이 느껴져 슬프기도 하고. 유약한 듯 하면서 강인한 목소리를 지닌 이 영화의 야누스적인 면모는 독재정부로 하여금 검열의 가위질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비록 망신창이 누더기가 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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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겐이치의 '날개는 언제까지나'책|만화|음악 2008. 9. 21. 21:24
괴로움도 슬픔도 즐거움도 기쁨도 세월이 지난다고 바래지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더 묵힌 만큼 진한 향을 내며 새록새록 가슴과 머리에 아로새겨진다. 추억이란 그런 것이다. 청춘이 그런 것이고. 두근거리는 가슴과 뻑쩍지근한 풋사랑, 어깨를 두른 우정에 어른이 되는 방법을 찾았던 여정으로 정신없던 이팔청춘의 질폭노도 잔혹사가 아름답게 미화된다. 60년대 비틀즈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일본 촌구석 까까머리 아이들의 팔닥팔닥 숨쉬는 젊음을 담아낸 이 소설은 그 묵은 감정의 기억들을 찬찬히 보듬어낸다. 수수하고 낯간지러운 일상에, 치기어린 꿈과 희망이지만, 진심어린 열정과 순수한 감정만큼은 진짜였던 그 시절 이야기들을. 비틀즈 음악에 담겨진 그 감수성들을. 극적인 플롯과 강렬한 감정의 동화과정은 없지만, 오히려 그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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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itz 싱글들.책|만화|음악 2008. 8. 20. 13:34
크레파스로 듬성듬성 그려놓은 듯한 젊음, 옆에 있지만 전달할 수 없어 조바심 내는 사랑, 바다 내음 맡으며 떠나는 여행. 내게 SPITZ는 그런 풋풋하고 싱그러운 20대 청춘의 기록이다. 질풍노도의 10대도, 삶에 찌들기 시작하는 30대도 아닌, 적당히 인생의 무거움 앞에 고민하는 방황하는 사회 첫 발의 증표랄까. 애와 어른 경계에 머무른 - 즐겁고도 상처투성의 혼돈 속 찬가 같다. 내가 그들을 그 시기에 접해서 그런걸까. 지나버린 20대를 추억하고 후회하며 남은 건 그들의 선율뿐이다. 예전 일본여행하다 105엔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에 놀라 구입한 그들의 싱글을 들으며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럽게 녹아버린 과거를 맛본다. 달콤하지만 차갑고 쉽게 사라져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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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하라 스나오의 '청춘, 덴데케데케데케~'책|만화|음악 2007. 10. 18. 18:03
아직도 철이 없어서 그런가. 젊음을 그린 소설들이 좋다. 그 만져질 듯한 풋풋함과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문체에 설레인다. 실패와 좌절 뒤에 이글이글 타오르는 패기와 열정에 나도 몰래 감동받고 내 지나간 나날을 반추해본다, 청춘을 다룬 소설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써보고 싶은 타임머신이자, 과거라는 놀이동산의 자유이용권이다. 읽고 있는 순간만큼은 그 따스한 노스탤지아에 행복해지고 가슴 아파진다. 아시하라 스나오의 이 소설 역시 기분 좋은 타임머신이다. 1960년대 고교생 4명이 밴드를 조직하는 자기 회고록적인 이야기를 아주 매끈한 유머와 경쾌한 필치로 풀어놓았다. 가슴 아픈 생채기나 갈등 따위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려보내고, 시종일관 촌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좌충우돌 밴드 결성기를 풋풋하게 그려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