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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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빈의 'Sad Ending'책|만화|음악 2011. 3. 24. 06:30
슈퍼스타에,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가 범람하고, 아이돌이 공룡처럼 지배하며, 조금만 지나도 살아있는 화석이 되어버리는 현 가요계 트렌드에서 이제 막 데뷔를 앞둔, 그리고 막 데뷔를 한 신인가수들의 심정은 어떨까. 적어도 노래를 듣고 즐기는 청자聽者의 입자에선 너무나도 예능화되고 희화화되며 가볍게 소비되는 모습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는 게 사실이다. 시대의 변화이고 조류라고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어디까지나 머리로서 그런 거고, 아직도 가슴으론 진짜 가수와 가짜 가수의 경계가 그어지고 나누어지며 소비되어진다. 스타트 라인에서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그들 또한 대중의 이중성을 누구보다 쉽게 느끼고 두려워하지 않을까. 허나 분명한 건, 그 가슴 떨리는 유쾌한 두근거림이, 죽을만치 무서운 설레임이 그들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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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샤벳의 'Supa Dupa Diva'책|만화|음악 2011. 3. 1. 07:07
아이돌의 홍수다. 대란이고 전쟁이다. 총칼만 안들었다 뿐이지 각 회사별 사운(?)을 걸고 조직된 그룹들 속 멤버들은 연예계란 전장에서 싸우는 소년소녀 분대병과 같다. 얼마나 완성도 있게 훈련되었는가, 기본 스펙(예를 들어 외모와 신체 조건, 가창력 등과 같은)은 어떤가, 후방 지원은 빠방한가, 타켓층의 목표(혹은 팬덤의 지원)는 확실한가에 따라 갈리는 이 치열한 양상의 승패는 국내 가요계를 넘어 일본을 비롯한 범국제적인 조류로까지 확산되었다. 물론 오래 전부터 이런 붐은 항상 존재해왔다. 그리고 유대경전 말씀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문제는 시장이 만들어낸 유행 속 풍전등화와 같은 이들의 운명이다. 살아남아 1%의 전설이 되거나, 피멍이 든 가슴을 안고 기억 저 멀리 사라지는 대다수의 패잔병이 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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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여행을 떠나자'책|만화|음악 2011. 1. 8. 07:59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날은 여전히 춥고 매섭다. 차가운 바람 아래 숨은 내일을 찾아보려 기웃대지만 뚝 떨어진 기온이 이내 그 작은 움직임마저 멈추게 만든다. 아직은 이불 속 뜨끈한 온기가 그리울 때. 변화를 맞이했음에도 자꾸 밍기적거린다. 빳빳한 새 달력 아래 큼지막히 적힌 년도가 생소하다. 학창시절에 읽던 SF 소설 속 숫자다. 몇 번의 시도 끝에야 간신히 저 숫자가 올해라는 걸 연관짓겠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일상이지만 그렇게 변화는 조금씩 다가온다. 인식하고 인정하고 다시 인식하고 인정하고. 천천히 익숙해지는 작업이 새해에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그건 마치 여행을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달라진 주변 환경에 눈을 크게 뜨고 불안과 기대감이 교차하는 두근 반 세근 반의 심정으로 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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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소년의 '행진'책|만화|음악 2010. 12. 27. 12:30
누가 청춘이 아름답다 말하는가.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에 치여 취직이 일생일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그들은 영어 점수에 목을 매고, 학자금 융자에 등골이 휘며, 이력서를 레포트보다 많이 쓴다. 독재와 맞서 싸우고 이념 논쟁에 한참이던 피끓는 청춘은 더 이상 없다. 축 늘어진 어깨, 밤낮이 바뀐 생활, 속의 마음을 가감없이 털어놓는 악플러, 좀약 냄새만 더욱 짙어진 한 번도 못 입어본 양복만이 그들의 현실을 증명할 뿐이다. 사랑도 돈 있어야 하고, 취직도 빽 있어야 하는 세상. 열정과 패기로 꿈만 꿔봤자 차라리 그 시간에 온라인 게임 레벨 올리는 편이 더 현실적이다. 낭만은 사라지고 지극히 차디찬 바람만이 부는 경쟁사회. 그 험한 취업란을 뚫고 입사해도 끊이질 않고 스펙을 요구하는 승진 대열에서 살아남기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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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바다의 'City Complex'책|만화|음악 2010. 12. 8. 18:09
한 해가 저물어간다. 이뤄놓은 것도 없는데 이미 가버린 시간들이 류현진의 낙차 큰 써클 체인지업을 보는 듯 하다. 아직은 젊다고 이를 악물고 되네여 보지만, 그 놈의 12간지 숫자 앞에서 능력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을 뿐. 적어도 한국에선 나이에 걸맞는 순리를 따라가길 종용하니까. 그렇다면 100%다. 올해도 혼자 아쉬움을 가득 품은 채 오이도 앞바다에서 해넘이를 보며 주먹을 불끈 쥘 것이다. 아무도 없다면 이렇게 소리치겠지. 안녕, 더럽게도 재수없던 2010년아(절대 발음주의)!! 그리고 싸늘한 바다 바람 앞에 핑 도는 눈물을 애둘러 감추며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을 BGM 삼아 개폼 잡고 내년을 설계할거다. 청승 맞은 노래도 괜찮고, 무드를 타도 좋을 거 같고. 때론 경쾌한 밴드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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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톤스의 'Sounds Good!'책|만화|음악 2009. 12. 22. 13:07
페퍼톤스 1집은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상큼한 시부야계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니. 2집은 예술이었다. 일렉트로니카와 모던락뿐만 아니라 펑크와 재즈, 키치적인 카툰 사운드까지 결합시킨 변신에 혀를 내둘렀기에. 이번의 3집은 전율이다. 데뷔한지 5년이 지나도 여전히 그들의 알록달록한 색채감은 전혀 바래지 않았기에. 화사하고 발랄한 기분좋음이 전체를 아우르는 수록곡 하나하나의 따사로움은 이 추운 겨울날의 기온을 녹여줄 만큼 강력한 이른 봄날 사운드다. 마치 손난로에 안녕을 고하듯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스하게 다가오는 그들의 사운드스케이프는 상당히 오묘하다. 올 겨울은 이 녀석으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