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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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방위 초년병.잡담 2010. 3. 30. 15:55
예비군이 끝났다. 이젠 민방위다. 군복 입고 훈련장과 동네를 어슬렁대던 것도 추억거리. 구청 강당에 앉아 강사 말씀만 주구장창 듣게 되었다. 청춘은 어디 가고 주위엔 다들 양복 입고 넥타이 맨 채 오후 출근을 기다리는, 아저씨 냄새 풀풀 나는 양반들만이 가득할꼬. 워낙 늦게 자는 탓에 잠깐 눈 붙이면 못 일어날 것 같아 아예 밤새고 나갔다. 강사님 말씀은 산들 산들 자장가. 덕분에 집중력 있게 잘 수 있었다. 삭신이 조금 쑤시지만 그래도 다같이 머리 맞대고 자는 광경은 제법 장관이었다. 혼자 외로이 떠드는 강사님도 속으론 그렇게 생각했을지 모른다. 이것도 마흔이면 빠이빠이다. 근데 마흔도 얼마 안 남았다. 끔찍하다. 이제야 슬슬 졸립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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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훈련.잡담 2007. 10. 17. 16:40
어젯밤 마지막 향방작계가 끝났다. 날씨가 꽤 쌀쌀해서 옷을 두둑히 입고 갔는데도 으슬으슬 떨다 왔다. 매번 대비하고 가야지 마음 먹는데, 항상 밤기운은 내 예측보다 더 춥다. 언제나 똑같은 교육 내용. 똑같은 지겨움은 반복되고, 더디게만 가는 시간을 재촉하려 시계 보는 타이밍까지도 비슷하다. 예전엔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잡담하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 핸드폰에, PMP에, 게임기에 다들 바쁘다. 시원섭섭한 기분. 밤마다, 아침마다 고생 안해도 된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나이가 들었다는 증표이기도 해서 슬프다. 이젠 예비역도 아니고 민방위로 넘어간다니. 제에에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