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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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책|만화|음악 2013. 4. 15. 04:18
노희경의 드라마가 눈에 띈 건 [거짓말]부터였다. 지금은 그녀의 페르소나가 된 배종옥과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그리고 윤여정과 주현이 나온, 1998년 상반기에 조용하고도 쓸쓸히 방영된, 히트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의 그녀가 맡은 단막극들은 잘 생각나지 않고, 다른 연속극들 또한 아직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영광스런 딱지가 붙지 않았었다. 물론 열성팬으로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봤다면 몇몇 단초들을 발견하고 기뻐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녀는 아직 드라마 폐인들을 양산하고, 대본집이 꾸준히, 유일하게 출간될 만큼의 작가로 성장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다. 희미하고 비슷하며, 여물지 않고 단단치 못했다. 게다가 그 당시 드라마는 범람하는 수많은 전파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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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철의 '종합병원 2'영화|애니|TV 2008. 11. 21. 02:20
이런 걸 보려고 14년간 기다린 건 아니었다. 예전 [종합병원]엔 병원 이전에 인간다움이 먼저 묻어났다. 고민하고 아파하고 움직였던 의대생들의 팔팔하고 피폐한 젊음이 보다 생생히 그려졌다. 사랑 싸움에 연애질로 변질되긴 했어도 가볍지만은 않은 고뇌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각 캐릭터마다의 사연과 의사로서 소명이 달라 부딪치는 진실한 긴장감이 전편을 수 놓았다. 누가 옳고 그른 것이 아닌 생사의 치열한 드라마 앞에서 하나의 인간일 수 밖에 없는 의사들의 나약한, 하지만 최선의 선택을 위해 다투는 휴머니즘이 있었다. 리얼리티를 떠나 [종합병원]은 하나의 특정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는 군상극이었다. 이제 막 방영을 시작한 [종합병원 2]는 너무 가볍다. 감정의 변화가 라면 냄비만큼이나 들끓고. 캐릭터의 공평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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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규의 '베토벤 바이러스'영화|애니|TV 2008. 11. 7. 03:16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상한 드라마다. 유치하고 상투적인 극 전개에, 도식적인 캐릭터, 그리고 낯 간지러운 상황들이 연쇄 콤보로 발생하지만, 꿋꿋히 화면을 보게 만든다. 닭살이 돋고, 짜증이 솟아나도, 생방송스런(하긴 안 그런 한국 드라마가 어디겠느냐만은) 환경과 빈약한 연출력, 조악한 대본에 욕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닥치고 유일하게 본방 사수를 지킨다. 결코 잘 만든 드라마라 칭송할 수 없지만, 외면할 수 없는 중독성에 빠져든다. 맞다. 이 드라마는 정말 '바이러스'임에 틀림없다. 뭐 이 따위 똥덩어리 같은 드라마가 다 있어! 외치고 싶지만,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건 이 드라마 자체기에 욕을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선 '모짜르트'같은 천재보다 '살리에르'같은 노력형+연륜 그리고 노련한 정치감각을 갖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