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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빌의 'Dr. Alcohol'책|만화|음악 2011. 11. 20. 17:00
대한민국에서 컨트리라니. 이 무슨 상파울로에서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조합이더냐 싶지만 의외로 썩 잘 어울린다. [귀를 기울이면]에 나왔던 존 덴버의 개사곡 '콘크리트 로드'보다 백만배나 더 잘. 구수하고 편안한 멜로디에 일상적이고 직설적인 (징글징글한 남자들의 술 얘기가 태반이긴 하지만) 가사를 얹은 노래들은 컨트리 특유의 경쾌 발랄 애수 삼박자를 고루 갖춘 피들과 페달 스틸, 밴조와 만돌린, 하모니카가 곁들어지며 독특한 풍취와 색다른 들을거리를 제공했다. 껍데기 외향은 미국산인데, 알고보니 부품은 한국산이었다는 관광기념품 속에 얽힌 우스개처럼 미국 남부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차용하면서도 두런두런 우리네 이야기를 담아내는 모양새는 제법 웃기면서도 능청스런 재미가 있다. 이질적인 양면을 재기발랄한 치기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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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온지의 'Dynamite Soul'책|만화|음악 2011. 11. 4. 06:48
록큰롤은 다이나마이트다. 눈에 번쩍 띄는 시뻘건 외관만큼이나 죽여주게 섹시한 리듬이 있고, 작은 크기에 놀랄만한 에너지를 숨긴 것처럼 단순한 코드 진행이면서 치명적으로 강력한 에너지를 가졌다. 심지어 타들어가는 심지를 바라보는 초조함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는 보컬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에 비하면 상대가 되지 않는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질풍노도의 젊음과 주류 편입을 거부한 허세 어린 반항이 한가득인 록큰롤은 언제나 절정일 때 폭발하는 다이나마이트와 닮았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더욱 강력하고 위력있는 폭탄들이 넘쳐나지만 다이나마이트가 가진 매력과 첫 쇼크를 역사가 잊지 못하듯, 록큰롤 역시 그 수많은 장르들 앞에서 특유의 소란스런 낭만과 꿈틀대는 파워를 감히 지울 수 없다. 절로 어깨가 들썩, 고개가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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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창전골의 '나와 같이 춤추자'책|만화|음악 2011. 11. 2. 03:21
더 이상 가요계에서 과거 6-70년대 한국식 싸이키델릭을 온전히 만날 수 있을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걸그룹의 휘황찬란한 각선미와 후덜덜한 섹시 몸매, 동남아를 휘어잡는 남자 근육돌들의 댄스 실력과 가수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발견하는 명품 보컬들의 귀환 속에 고리타분하고 때론 유치하게 들릴 복고지향적인 밴드 사운드가 설 자리는 더 이상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 그 시절 밴드들의 복각도 드문드문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처절한 판매고와 무관심스런 반응으로 시원치 않은 마당에, 기타에 혼을 싣고 전위적일 정도로 락스피릿을 외쳐댈 열혈 보컬과 미친듯이 텍사스 대평원을 달려가는 말발굽과 같은 폭주 드럼을 선보일 밴드의 태동은 사실상 불가능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평범한 락밴드도 방송과 차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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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개들의 '그래, 아무 것도 하지 말자'책|만화|음악 2011. 10. 26. 17:12
얄개들. 조흔파 선생의 소설이 유행하던 1970년대도 아니고 이런 촌스런 이름을 굳이 꺼내든 이 신인 밴드의 저의는 과연 뭘까. 앨범을 처음 받아들고 들었던 생각은 이 밴드 진정성에 대한 일말의 의심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편견이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이후 인디씬에 유행처럼 퍼진 복고풍 빈티지 사운드에 무임승차한 시대조류의 편승인가. 아님 추억 환기용으로 소비되어지길 바라고 상업적으로 접근한 영리한 계산일까. [세시봉 특집]과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한껏 탄력 받은 과거 히트송에 대한 수요와 트렌드적인 환기는 그 시대를 거쳐온 세대로서 반갑고 즐겁긴 하지만, 지나친 우려먹기와 본질은 외면한 채 과도한 스타일에 대한 집착으로만 해석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웠던 것도 사실이기에 유독 색안경을 끼고 민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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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철의 '신윤철 EP'책|만화|음악 2011. 7. 17. 06:00
세기말에 나온 원더버드를 좋아했다. 그들의 1집 타이틀곡 '옛날 사람'은 새천년을 앞둔 그쯤에 뒤돌아보기 적절한 향수를 지녔다. 뽕기 가득한 복고적인 멜로디에 락스피릿이 절로 분출되는 단촐한 가사의 조합은 흥겨웠고 파워풀했으며 시의적절했다. 지금은 다들 내노라 하는 이력과 관록을 지닌 고구마, 신윤철, 박현준, 손경호의 화려한 조합이었다. 그때는 패기와 열정에 빛나는 인디씬의 슈퍼밴드였지만, 모든 전설이 그렇듯 활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앨범만이 남아 길이길이 기억될 뿐. 그 뒤 고구마는 네덜란드로 훌쩍 떠났고, 박현준은 여러 밴드 활동을 거쳤으며, 손경호는 문샤이너스로, 신윤철은 서울전자음악단을 결성해 저마다의 음악적 길을 달리했다. 신윤철이란 이름에 주목하게 된 건 그때였다. 신중현의 둘째 아들이니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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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eet Foxes의 'Helplessness Blues'책|만화|음악 2011. 6. 28. 03:30
빈티지 느낌의 LP 슬리브 패키지. 그들의 음악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시애틀 출신의 아티스트 토비 리보위츠와 크리스 앨더슨의 예술적인 커버 아트웍. 그리고 포크락. 플릿 폭시스의 두 번째 앨범 '무기력 블루스'는 철저히 복고지향적이다. 음악 장르서부터 멤버들의 외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올드한 컨셉을 관통하는 그들의 나이대는 무려 86년생들. 그 사실을 알자마자 말도 안돼! 라는 믿을 수 없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왔다. 이건 뭐 완전히 6-70년대 히피들의 문화를 겪어보고 우드스탁 무대에 올라 러브 앤 피스를 열 두 번쯤 외쳤던 노장 그룹인 줄 알았더니만, 멤버 전원이 서른도 안된, 앨범 단 1장 발표한 신생 그룹이었다고?! 어디서 타임머신을 얻어타고 포크의 전설들이 써놓은 곡들의 악보를 훔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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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NY의 'JONNY'책|만화|음악 2011. 5. 11. 07:02
'나는 가수다' 열풍으로 불어온 좋은 노래에 대한 대중의 갈망은 음원 차트 순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그 전부터 존재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에서도 미션곡이라는 미명하에 옛 명곡들이 편곡되어지고 다양한 재능에 의해 소화되어져 왔는데, 익히 들어서 아는 노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색다른 해석에 의한 재미가 덧입혀지며 무한한 파급력과 호소력을 낳게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세시봉 특집에서도 이런 일면들이 쉽게 입증되기도 했고. 따라 복고와 회귀라는 테마는 현재 트렌드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세대를 거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자양분이자 시장의 새로운 킬러 컨텐츠로 계속 소비될텐데, 언제까지 이 현상이 지속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너무 많은 그리고 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