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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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아저씨'영화|애니|TV 2010. 8. 26. 23:30
뒤늦게 400만 신화에 합류했다. 남들 다 본 거 유행에 뒤쳐지는 것도 그렇고, 복수담이나 자경단류의 영화들도 좋아하는 편이고 해서. [열혈남아]때도 그랬지만 이정범 감독은 별다른 잔재주없이 우직하니 앞을 향해 걸어간다. 목표물을 설정하고 제거해 나가는 원빈의 고독한 뒷모습처럼. 그리고 그건 기성품스럽지만 꽤나 볼만하다. 스타일리쉬하진 않지만 원빈이 슈트입고 총쏘고 칼질하는 건 그 자체가 光빨 비주얼이니 관객들은 좋아라 할테고, 레옹의 그림자를 뒤집어쓴 내러티브의 후까시 역시 잘 먹히는 거니까. 문제는 감정이다. 김새론과 원빈과의 화학 작용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또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거.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원빈은 오로지 처단과 응징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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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영화|애니|TV 2010. 8. 12. 13:1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의 가장 좋은 정의는 받은 만큼 (이자 치면 더 좋고) 돌려주는 것이다. 제삼자가 되어선 전혀 모를 그 감정, 그 기분은 심지어 원인제공자도 당사자가 되지 않고선 실감할 수 없다. 사회에선 법과 용서라는 제도적 장치와 양심을 원하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이율배반적으로 복수의 테마를 쉽사리 꺼내드는 건 그만큼 감정적이고 원초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확실하고 통렬한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고 본능이니까. 자가당착의 딜레마와 지독한 허무감을 수반하면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경단류의 영화나 복수담에 집착하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악마를 보았고, 그에게 당했다면, 자신이 악마가 되는 수밖에 없다. 김지운은 박찬욱과 다른 방식의 복수담을 펼쳐보인다. 잃어버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