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
    영화|애니|TV 2010. 8. 12. 13:15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복수의 가장 좋은 정의는 받은 만큼 (이자 치면 더 좋고) 돌려주는 것이다. 제삼자가 되어선 전혀 모를 그 감정, 그 기분은 심지어 원인제공자도 당사자가 되지 않고선 실감할 수 없다. 사회에선 법과 용서라는 제도적 장치와 양심을 원하면서도 막상 자신에게 닥치면 이율배반적으로 복수의 테마를 쉽사리 꺼내드는 건 그만큼 감정적이고 원초적인 해결책인 동시에 확실하고 통렬한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건 자연의 법칙이고 본능이니까. 자가당착의 딜레마와 지독한 허무감을 수반하면서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자경단류의 영화나 복수담에 집착하는 건 그래서 어쩔 수 없다. 악마를 보았고, 그에게 당했다면, 자신이 악마가 되는 수밖에 없다.
     
    김지운은 박찬욱과 다른 방식의 복수담을 펼쳐보인다. 잃어버릴 것이 없는 자와 잃어버린 자의 혈투는 어찌보면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는 허무함인데, 잔인한 고어 묘사나 여성 폭력 문제보다도 더 큰 정신적 피폐함을 던져준다. 할리우드 슬래셔나 유럽의 고문 영화들에 비한다면 얌전한 비주얼이기에(일단 1분 30초 가량 잘렸다고는 하지만) 스너프나 신문 사회면을 운운한 기자/평론가들의 설레발에 코웃음을 치고 말았지만, 대한민국 현실을 바탕으로 이런 범죄가 여실히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음이 많이 불편해지는 건 사실이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