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볼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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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ious Artists의 '그대가 들린다'책|만화|음악 2013. 4. 30. 23:46
며칠째 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알 수 없는 아리송한 날씨가 이어진다. 싸늘한 바람에 몸서리를 치다가도 어느새 작열하는 태양에 땀을 뻘뻘 흘리고, 비 한 번 내리면 다시 입김이 서리는 날이었다가 펑펑 눈이 내리질 않나, 자고 일어나면 새초롬하니 벚꽃이 활짝 피어있다. 예년에 비해 부쩍 혼동이 드는 날씨다. 최근 몇 년 동안 봄이 실종되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처럼 실성했단 소린 들어보질 못했다. 오락가락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하는 3-4월을 겪고 나니 올해 봄기운은 음악으로나마 접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신청한 게 브라질과 한국 뮤지션 6명이 참여한, 서로에게 음악을 띄워 보내는 독특한 콜라주의 컴필레이션 앨범 '그대가 들린다'였다. 브라질과 봄이란 단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음반은 따사롭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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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담벼락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책|만화|음악 2011. 12. 4. 15:31
반짝이는 멜로디는 없다. 톡쏘는 향기처럼 중독될 후크도 없고, 심지어 그루브한 리듬감이 몸을 자극시키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순이네 담벼락'은 이름만큼이나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을 지녔고, 당혹스러울만치 자기네들의 비정형화된 사운드를 고집한다. 강렬한 기타 연주 속에서 피어나는 피아노의 영롱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따뜻한 음색은 대중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어둡고 힘든 일상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거기에 여리여리한 리드 보컬의 가녀린 목소리는 언제 꺼져버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들려온다. 폭풍을 목전에 둔 길가의 민들레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불안하게 귓가로 흐트러져간다. 파워풀한 스토로크와 열정적인 터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에도 남는 건 짠한 공허함과 울적한 허무함이다.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가사말을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