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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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스미스의 '폐허'책|만화|음악 2008. 9. 5. 00:30
진짜 악몽을 맛보고 싶다면 스콧 스미스의 '폐허'를 만나야 한다. 섬뜩한 공포와 저항할 수 없는 심적 폐해가 카타리타급 허리케인으로 몰아닥쳐 머릿속을 공항 상태로 만드니까. 잔인하고 무기력하며 짙은 향을 쏘아대는 꽃처럼 독하다, 이 소설은. 단순하고 명료한 이야기지만 무자비한 상황으로 인물을 옭가매는 스콧 스미스의 리얼한 냉정함은 가히 전작 '심플플랜'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님을 증명해낸다. 흔하디 흔한 반전과 구조에 집착하기 보단 정공법적으로 이야기를 매끈하게 풀어가는 그의 솜씨와 생생한 묘사는 여름날 헤어날 수 없는 최고의 악몽이다. 짜증과 공포, 잔혹의 서바이벌 삼종세트를 원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집어 들어라. 스티븐 킹의 찬사도, 아마존 5주간 1위했다는 기록도, 다른 이의 서평도 필요없다. '폐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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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의 '이프'책|만화|음악 2007. 6. 10. 16:09
지금은 없어졌지만 한때 PC통신은 한국 최고로 장르 문학이 판을 치던 곳이었다. 신춘문예 같은 순수 문학 공모와 달리 PC통신에선 호러, 판타지, SF와 같은 한국에선 버림받던 잡다한 펄프 픽션들이 배출되었고, 숨어있던 내공 만땅의 아마츄어들이 사파(?) 문학의 고수로 새롭게 대접받은 것이다.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퇴마록]의 이우혁, [드래곤 라자]의 이영도, [고양이 여인숙]의 유상욱, [어느날 갑자기]의 유일한 등이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 [흉가]와 [모녀귀(분신사바)]로 이름을 알린 이종호 역시 마찬가지다. 꾸준히 공포 소설만 써온 그는 PC통신에서 데뷔한 작가답게 빠른 이야기 전개와 독특한 아이디어, 글에 대한 몰입감이 뛰어나다. 최면과 자살을 소재로 한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특징들이 두드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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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셀'책|만화|음악 2007. 6. 1. 18:35
스티븐 킹은 레이먼드 챈들러와 애거서 크리스티와 함께 내 어린 시절을 풍미했던 3대 영미권 작가다. 물론 지금도 그건 여전히 유효하고, 이미 죽은 두 사람에 비해 여전히 쭈욱 활동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그로테스크하고 독창적인 상상력과 이를 안정되게 뒷받침해주는 탁월한 문장력을 소유해 이 업계(?) 쪽에선 이름 그대로 '킹'으로 인정해주는 공포의 제왕. 무엇보다 그는 사람 감정에 숨어있는 취약점들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 공포심으로 치환할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됐던, 유년기 시절의 아픔이었던, 기독교적인 원죄적인 담론이던 간에 그의 손을 거치면 환상적인 악몽 종합세트로 변해 아픔을 치유하거나 파멸시킨다. 그의 소설은 아름답고 잔인하며 무섭고도 감동적이다. 2006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