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최재훈의 '일곱 개 고양이 눈'
    책|만화|음악 2011. 2. 21. 16:13

    뫼비우스의 띠.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수식어가 과연 있을까. 마치 M.C. 에셔의 그림을 보는 듯 뱅글뱅글 돌아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최재훈의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은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처음엔 별 생각없이 작은 밀실 추리소설로 일본 TV시리즈 '기묘한 이야기'나 서양 미스테리물에서 자주 접한 듯한 기시감마저 들었는데, 두 번째 단편, 세 번째 단편으로 이어지며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얼키설키 얽히는 세계관은 가히 찬탄을 불러올 만큼 황홀한 구조의 묘미를 안겨준다. 공통된 부분들이 서서히 변주되어가며 새로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충격이란 뻔히 알면서도 유추하지 못하는 상상력의 숨겨진 1인치를 발견했을 때의 디테일한 매력과 같다고나 할까.
     
    매직아이를 들여다보며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미지를 캐치하는 재미처럼 이 소설은 읽는다는 그 체험하는 과정이 즐거운 소설이다. 어떤 그림이 보였는가 결과는 중요치 않다. 미로처럼 꼬인 이야기와 관계가 만들어낸 인간의 탐욕과 분노가 그려낸 소용돌이가 살아서 꿈틀댄다. 어쩌면 그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되어갈수록 조금씩 변주되어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원초적인 것들의 분출이 인물들을 나락으로, 사건을 혼돈으로 몰고 간다. 이런 방식의 연작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니.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다시 인물들을 재조립하고 스토리를 복기하는 맛은 마치 [메멘토]나 [21그램]을 보는 듯 하다. 다만 구조와 형식적인 면에 치우쳐 더 깊은 맛과 짙은 풍취를 보여주지 못한 건 2% 아쉽다. 그러나 재미만큼은 확실하다. 끝내준다. 소설이기에 가진 풍취이자 미학이다.
     
    QR코드로 각 장마다 들을 수 있는 책의 사운드트랙은 놀라웠다. 멋진 아이디어다. 책에 오르골이 달린 것마냥. 다만 노래들이 단편을 다 읽을 만큼 길었으면 싶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