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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르지오 레오네의 '옛날 옛적 서부에서'
    영화|애니|TV 2009. 12. 18. 23:36

    큰 스크린에 가득 차는 거친 마초들의 극단적인 클로즈업. 두 눈 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 시선에 무수히 많은 감정들이 담긴다. 피곤과 짜증, 공포와 두려움, 삶에 대한 집착과 지겨움 그리고 호기심. 세르지오 레오네는 땀내나는 남자들이 활개치는 서부에서 고전의 낭만과 전설을 거세해버리고, 동물에 가까운 탐욕과 흉폭성, 생존본능을 찾았다. 명예와 영웅은 해질녘 뒤안길로 쓸쓸히 떠나보내고, 차거운 복수와 치열한 이권다툼만이 궁상스레 그 자리를 차지한다. 아름다운 풍광 속 황무지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서부의 주인공은 악당도 보안관도 총잡이도 아닌 창녀와 서부 개척의 인부들이다.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그들을 위한 아름다운 찬가이자 떠난 자들을 위한 씁쓸한 애가(哀歌)이고.
     
    그렇게 새로 쓰여진 옛날 옛적 서부의 역사는 일개 오락영화 감독을 명장으로 격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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