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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남의 '깊은밤 갑자기'
    영화|애니|TV 2009. 7. 27. 23:56

    또 한 편의 잘 만든 국내산 80년대 명품 호러 스릴러. 지금은 흔해 빠진 부부 간의 미묘한 관계를 다룬 이 영화는 그 당시 막 자유로워지기 시작한 과감한 애로티시즘을 적극 활용해 대담한 성애씬과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촬영 테크닉으로 시선을 확 끌어당긴다. 멀게는 [레베카]와 [가스등]을, 가깝게는 [원초적 본능]을 연상시키는 플롯(윤삼육 각본)에, 독특하게 토테니즘(목각인형)과 샤머니즘(무당의 딸)을 결합시켜 줄곧 긴장감을 유지하는 연출력(고영남 연출)도 수준급이지만, 남성성이 강조된 남편 역에 윤일봉, 히스테리컬하면서도 섬세한 부인 역에 김영애, 백치미 한 가득한 글래머 이기선의 적역 캐스팅이야말로 이 영화를 극강으로 만들었다.
     
    남편의 애매모한 행동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며 심리적으로 부인을 조여들어가는 압박감은 마치 [왓 라이즈 비니스]나 [요람을 흔드는 손]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 80년대 특유의 싼티아나 느낌이 조금 거슬리긴 하지만, 마지막 충격적인 엔딩 컷의 강렬함은 온 몸에 전율과 소름을 돋게 만든다. 말 그대로 그 한 컷이 명멸된 전구의 필라멘트 잔상처럼 눈 속에, 머리 속에 각인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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