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D.J. 카루소의 '이글아이'
    영화|애니|TV 2008. 10. 9. 19:42

    2000년대 본 시리즈가 액션 스릴러의 지형을 바꿔놓은 이래 무수히 많은 영화들이 핸드헬드와 주밍, 망원렌즈의 폐해(?)에 빠져 관객들을 멀미나게 했다. 고속촬영과 다각도 폭발 후까시로 대표되던 느림의 미학은 이제 쌍팔년대 고전 유물로 전락, 자금은 스크린마다 보다 사실적이고 아크로바틱한 액션이 리얼타임으로 펼쳐진다. 과도한 친절과도 같았던 구닥다리 액션 시퀀스는 흘러간 심야 케이블에서나 틀어줄 뿐, 요즘은 눈 한번 잘못 깜빡이면 주요 장면을 놓치고 마는 불상사를 야기시킬 정도로 정신없다. '이글아이' 역시 그런 최첨단 유행(?)을 수용한 극강의 비주얼과 빠른 호흡으로 정신없이 엔딩을 향해 질주한다. 특히나 초반 40분간의 전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스릴과 서스펜스를 선사, 만취 상태의 황홀경과도 같은데... 허나 술이 깨면 숙취가 찾아오는 법. 범인의 정체가 중반 이후에 밝혀지는 순간 그 황홀했던 영화에 안타까움이란 숙취가 서서히 드리워진다.
     
    존 바담 영화의 제작일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D.J. 카루소는 스필버그가 아니다. 큐브릭도 아니고. 히치콕은 더더욱 더. '디스터비아'가 '이창'이 될 수 없듯, '이글아이' 역시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가 될 수 없다. 여러 영화들의 시퀀스를 따와 가공, 색다른 기시감의 쾌감을 던져주는 것과 달리 끝으로 갈수록 진부하고 평범한 헐리우드 결말에 안착하고 만다. 복제의 폐단은 바로 그 한계마저 닮는다는 데 있다. 컨벤션한 결말과 고정된 장르가 주는 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만 있었다면 좀 달라졌을텐데. 그럼에도 뻔하지만 멍청한 영화는 아니다. D.J. 카루소는 자신의 시작점을 정확하게 잘 알고 있다. 그는 21세기 존 바담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업적이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式 장인이.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