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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세트테이프의 종언.
    잡담 2008. 9. 2.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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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 정리하다 나온 수십 개의 카세트 테이프를 바라보며 회한에 잠겼다. 저것들 산다고 돌아다니고, 녹음한다고 기를 쓴 게 몇 년인데 벌써 이런 쓰레기 대우를 받다니. CD다 MD다 MP3다 새로운 매체에 치여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 게 몇년 전인지 이제 기억조차 가물가물거려 떠오르지도 않는다. 수북히 쌓인 먼지만이 그 세월의 간극을 말없이 대변해주고만 있을뿐.
     
    하나하나 뒤적거리니 예전 기억들이 떠올라 새삼스레 가슴 한 켠이 먹먹해졌다. DJ의 소개 멘트와 노래를 정성껏 녹음하느라 카세트 버튼 누르는 신공을 발휘하던 그때가, 길보드 차트라 부르던 편집 테이프 사다 렌트카에 틀어놓고 여행가던 그때가, 서로 얇디 얇은 워크맨의 두께를 자랑하던 그때가 떠올라서. 버리려고 치워뒀다 다시 방 구석에 모셔뒀다. 부엌에 놓인 채 기름때를 뒤집어 쓴 어머니 전용 카세트를 빌려다 오랜만에 틀어봐야 겠다. 이제는 다 늘어진 그 음질이 LP판의 튀던 음색 못지 않게 정겹게 들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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