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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책|만화|음악 2008. 8. 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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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회에서 이념을 이야기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상과 신념으로 점철된 자신의 행동 강령과 믿음을 남발하고 강요해온 과거사의 아픔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족상잔의 비극과 그 이전에도 수차례 반복되어온 반목의 역사가 증명해온 결과론적인 사건들 때문이기도 하다. 풍자와 아이러니가 그대로 현실이 돼 삶의 굴레로 작용한 우리네 굴곡진 일생에서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낼 여유보다 눈물과 한으로 똘똘 뭉쳐 가슴을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온 경우가 더 많았기에.
     
    초등학생 화자를 내세워 폭력과 이념, 힘과 정의의 재분배 그리고 이상을 이야기하고 있는 오쿠다 히데오의 이 소설은 그래서 묘하게 이중적으로 다가온다. 경쾌하고 신명나는 이야기지만, 일본이 아닌 우리네 과거와 그 과거에 묶여 아직도 정산이 안된 삶을 지지부진하고 연명해가고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주제는 여전히 살풍경하고 잔인할 따름이기에. 이상을 논하기에 우습고, 이념을 논하기엔 조심스러운 현실의 까칠한 분위기는 레드 컴플렉스와 대세론에 지대한 영향을 받아 우리네 약점이자 아픔이 되었다. 남쪽으로 튀어를 보면 그것이 부럽고, 또 그것을 이야기 하는 일본이 우습고, 시대의 비극에 가슴 아프고, 아직도 그런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는 게 슬프다.
     
    복잡미묘한 기분을 던졌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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