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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카무라 코우의 '이력서'
    책|만화|음악 2008. 3. 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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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력서를 써본 사람들은 안다. 자신의 인생을 몇 줄로 요약해 적어내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프고, 황망한 일인지. 고작 이 몇 줄 늘리려고 지난날들 살아왔나 싶어 푸념 아닌 푸념이 세어나오기도 한다. 빈 칸이 많이 남고, 쓸 말이 없을 때 인생 헛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없는 일 가공하거나 부풀릴 때 누굴 위해 내 인생 각색하나 싶어 답답해지기도 한다. 

    과거가 어땠고, 진짜 이름이 뭔지 알 수 없지만, 한자와 료는 그런 이력서 대신 자신의 일상사를 소소히 기록한 이력서를 만들어간다. 대체 가족인 누나를 얻게 된 것부터, 주유소 취직, 거기서 만나게 되는 여자 친구와 누나 친구와의 첫키스까지. 아무 것도 아닌 시시콜콜한 일상사를 담은 자신만의 특별한 이력서를 만들어나간다. 짧고 임팩트 없는 담담한 이야기를 새벽별 바라보듯 아스라한 기분으로 써내려간 나카무라 코우의 소설은 깨끗하고 정갈한 재첩국맛이다. 자극적인 표현에 익숙한 우리네 일상, 심심한 듯 입맛을 끄는 이런 여운이 묘하게 땡기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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