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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에는.
    잡담 2007. 12. 25.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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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강아지 뱃가죽 만지듯 더듬어 올라가보자. 크리스마스에 별다른 추억이 있었던가. 아니, 없다.. 크리스마스는 오히려 다른 평일보다 못했다. 어린 시절엔 기대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형이 산타는 없다고 말해주는 만행을 저지른 이후 내 성탄절은 줄기차게 지독하게도 평범했다. 아마 그게 끝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자 가족들도 힘들게 크리스마스 분위기 낼 필요도 없었고, 트리와 장식, 캐롤은 바로 집에서 퇴출 당했다. 선물은 산타를 믿지 않으니 더 이상 안 준다는 분위기. 우리집은 크리스쳔이었는데도, 불교 신자 집안 마냥 썰렁했다. 내가 무신론자가 되기로 마음 먹은 건 대략 그때쯤부터가 아닌가 싶다.
     
    [나홀로 집에] 시리즈를 주구장창 보고 [다이하드]로 입가심을 하거나,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군대에서 눈 치우던 기억이 없으니 그나마 행복한건지도 모른다. 내 주위엔 크리스마스 케익 먹다 맹장으로 병원 신세진 녀석도, 그쯤에 연인과 헤어진 녀석도 있다. 이맘때 만나면 여전히 크리스마스 무용담을 떠들어댄다. 그저 아무 일도 없이 보내는 내 지난 세월들은 이에 대한 보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만족스럽다. 즐겁던 슬프던 크리스마스 무용담은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아닌가 싶어서. 특정일과 겹쳐 만들어진 추억. 그건 남들과 다른 삶을 산다는 뚜렷한 워터 마크가 아닌가.
     
    이번 성탄절도 아무런 흔적 남기지 못하고 그렇게 흘려보낸다. 이승환 노래나 들으며 혼자 분위기 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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