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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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연초에.잡담 2012. 1. 3. 17:51
내 나이의 숫자가 생소하다. 그래도 10대 20대땐 곧잘 쫓아갔는데 30대가 넘어가면서부터 뒷자리가 매년 헷갈린다. 혹여 잘못 말하기라도 하면 이 사람 왜 이래? 눈초리로 바라보는 타인의 관심도 싸늘하게 느껴지고. 설마 천일의 약속 꼴이겠냐 싶지만 나이뿐만이 아니다. 몸도 마음도 예전같지 않다. 체력은 나날이 상실의 시대고, 자신감은 내 조루 핸드폰 못지않게 방전일색이다. 그래서 작심삼일의 고향 연초가 돌아왔으니 모처럼 나도 그럴듯한 플랜과 비전을 세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니 실은 2012년 세계멸망의 해를 맞아 '신과 함께' 지옥 가기 전 바르게 살고자 노력했단 걸 조금이라도 만회해보잔 심보가 더 크다. 그래도 막판엔 참회하고 회개하면 나도 고문목사 이근안처럼 용서 받고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서.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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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영화|애니|TV 2009. 11. 17. 23:11
반담과 룬드그렌의 소박한 발차기로 시작했던 그의 할리우드 이력의 정점은 지구 파괴 혹은 지구 멸망으로 귀결되었다. 외계인 침공이던, 고질라가 짓밟던, 날씨가 지랄을 떨던, 태양 중성미자의 영향이던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부셔대는 그의 공격성(!)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어 이젠 할리우드 막강 파괴의 신답게 아낌없이 지구를 반파해간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스케일! 세계 명소가 부셔지는 건 양념, 이젠 지각까지 움직여대며 세계 지도를 바꿔나간다. 다음엔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부셔댈지 쬐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 빼앗긴 개념을 찾아 우주 저 멀리 안드로메다마저 뒤흔들지나 않을런지 궁금하다. (차기작으로 인디펜던트 데이 속편을 운운하는 걸 보니 감독 자신도 지구상에선 볼짱 다 봤다는 심산인 듯...-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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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초에 멸망을 기다리며.잡담 2009. 1. 1. 23:21
세기말, 노스트라다무스는 지구대멸망이 온다고 말했다. 학생도 아닌 대체복무 시절, 어차피 끝판인 거 실컷 놀다 가야지 맘 먹고 놀았다. 그리고 10년. 나이는 한 살 더 먹고, 아직까지 끝은 요원하고, 여전히 놀고 있으며, 삶은 계속된다. 지겹도록. 이번엔 2012년에 대멸망이 온댄다. 어차피 다시 끝인 거 또 작파하고 놀아야 하나. 그리고 역시 후회하겠지. 역사는 되풀이된다며. 그럼 다음번 멸망의 날짜를 세며 기다릴지 모른다. 놀기 위한 핑계를 위해. 휴거든, 마야든, 노스트라다무스든, 3차 대전까지 다 갖다 붙이며. 버리는 세월이 아까워 정초 다이어리 하나를 얻었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꾹꾹 눌러 담겠다. 내일 바로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