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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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V의 '집행유예'책|만화|음악 2010. 10. 22. 06:21
지금 와서 솔직히 고백하건데 90년대초 댄스와 블랙뮤직이 가요계를 침공했을 때 난 꿋꿋이 015B와 이승환 그리고 이른바 동아기획이라 불리는 언더의 음악을 선호했다. 윤종신과 이장우, 김돈규 등의 객원가수제에 환호했고, 더클래식과 이오공감 오태호에 박수를 보냈으며, 푸른하늘과 박학기, 장필순과 김현철, 봄여릉가을겨울 정돈 흥얼거려줘야 음악실에서 껌 좀 씹었구나 찬탄하는 수준이었다. 춤추고 랩하는 건 저기 학급 뒷분단에 앉아 슬랭을 쓰며 분위기 잡던 친구들이 열광하는 거지 가요계에서 음악성 완성도 운운하려면 보편적으로 남들 잘 듣지 않는 노래를 꿰차고 있어야 한다는 - 일종의 허세에 레알 쩔었던 셈이다. 허나 그 이면 숨겨진 사실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건 내가 심각한 몸치/박치라는 것이었다. 춤추다 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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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에 관한 고찰.잡담 2008. 9. 29. 19:51
허세가 대세랜다. 트렌드에 민감해지려고 발버둥을 치는 나로선 당연지사 흥미를 가질 수밖에. 된장남이나 신상녀는 (체질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못 쫓아가도 이건 나도 좀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뭐 그럴듯한 허풍이나 약간의 뻥카 같은 뉘앙스가 아니겠어 하는 얄팍한 마음도 들었고. 근데 가만 보니 이 유행하는 '허세'는 그런 게 아닌듯 했다. 허당 이승기 선생과도 좀 다른 의미고, 마치 뭐랄까... 약간의 풍류? 혹은 폼생폼사의 멋과 같은 기미가 보이는 것이 나같은 '하찮은'이 하는 게 아닌, 장근석이나 정려원 같은 그럴 듯한 폼새가 나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잘난 척이랄까. 약간의 비꼼과 비웃음도 있지만, 동시에 부러움과 시샘 그리고 동경이 담긴 - 애매모호하고 그럴듯한 '허세'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