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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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화의 '국가대표'영화|애니|TV 2009. 8. 1. 23:18
다른 걸 떠나 [국가대표]의 가장 큰 미덕은 한번도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을 큰 화면에 펼쳐보였다는데 있다. 스키 점프의 아찔한 활강을 실감나게 담아낸 후반부의 강렬한 시각적 쾌감은 근래 한국에서 나온 그 어떠한 스포츠 영화보다 탁월하다. 아니 오히려 웬만한 액션영화보다도 더. 흔히들 이야기하는 각본없는 드라마,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라는 문구에서 발생하는 감동보다도 그 중력장에 지배를 받는 인간이 짧게나마 새처럼 날 수 있음을 명확하게 큰 스크린에서 증명하는 황홀경이 더 큰 전율을 주는 셈이다. 문제는 그 후반부까지 오는 드라마와 캐릭터의 응집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거. 한줄기로 크게 묶여 묵직하면서도 매끈하게 넘어오지 못하고 중간중간 덜컥거린다. 들쑥날쑥한 개그의 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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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멋진 하루'영화|애니|TV 2008. 10. 1. 15:35
후배들에게 딱지 맞았다. 친구들은 싫댄다. 가족들은 난리칠테고. 그래서 벼르다 혼자 보러 갔다. 덜 비참해지려고 꼭두새벽 조조루다. 다이라 아즈코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이 영화는 마치 알렉산더 페인의 영화를 일본에서 만든 감성이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핀이 나가있고, 루저들이며, 일상은 지독하니 리얼하기 그지 없다. 갑작스레 찾아와 돈을 갚으라는 사람이나 이를 돌려막기로 여러 사람들에게 민폐 끼치며 갚는 사람이나 괴팍하고 자기모순적이다. 사랑은 저리 꺼져, 신용은 거짓말의 또 다른 이름일뿐, 진실성이라곤 눈씻고 찾아봐도 없다. 건조하고 삭막한 서울의 겨울 풍경 역시 옆에서 열심히 거든다. 그러나 어둡지 않다. 우울하지도 추레하지도 않다. 오히려 맥빠진 피식 웃음만 새어나올 뿐. 그런 게 삶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