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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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페이의 '프레그먼트'책|만화|음악 2010. 2. 2. 22:08
마이클 크라이튼 타계 후 그 뒤를 이을 자는 마땅히 없어 보였다. 방대한 지식과 고증에 바탕을 두고 현실에서 실현가능할 것으로 믿어지는 하이테크 기술을 스릴러 문법으로 풀어내는 그의 디스토피아적인 상상력은 누구도 흉내내지 못할 고유의 것이었다. 뛰어난 문장가도 엉뚱한 공상가도 아니었지만, MIT와 하버드 의대를 나온 영화감독이자 소설가답게 유전 공학과 나노 기술, 기후 환경과 항공, 의학, 영상 그리고 역사서까지 넘나들며 반보 앞서 나간 전방위적인 믹싱 솜씨를 발휘했다. 더 이상 그런 팔방미인의 지적 칵테일을 마실 수 없다는 사실에 그의 부재가 두고두고 아쉬웠다. 여기 새로운 버전의 '쥬라기 공원'를 들고 나타난 신성 워렌 페이가 있다. 유전공학과 공룡을 들이밀진 않았지만, 판게아 이론에 진화론을 무장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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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리 마스미의 '엑사바이트'책|만화|음악 2010. 1. 28. 17:58
블로그다 싸이다 트위터다, 인증샷을 남기고 끊임없이 적고 동영상으로 담아둔다. 바야흐로 지금은 기록의 시대다. 내가 지은이고 내가 주인공이며 내가 독자다. 내 모든 사건과 역사는 철저하게 자료화돼 발행되고 읽히고 웹상에 공유된다. 더욱 더 크게, 더욱 더 세밀하게, 더욱 더 널리 퍼지길 바라는 욕망의 끝은 킬로 메가 기가 테라를 넘어 페타 엑사 제타 요타를 향해 달려간다. 유행처럼 번지는 1인 매체의 극대화는 내 인생 전부를 방영하고 담아내는 1:1 리얼타임 기록에 맞닿아야 끝이 나지 않을까. 전국민의 트루먼 쇼처럼. [엑사바이트]는 그 극단화된 상상력을 음모론에 빗대 현실을 풍자한다. GPS에, 핸드폰, 메신저에 카드조회까지 쉽게 추적가능한 사생활뿐만 아니라 개인사에 이르는 과거나 추억의 영역까지 넓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