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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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코 타케마루의 '인형, 탐정이 되다'책|만화|음악 2010. 8. 24. 23:24
제목 만큼이나 발랄하고 경쾌한 추리 단편집. 복화술사를 등장시켜 탐정役을 인형에게 준다는 세팅은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그 인형이 독자적인 인격을 지니고 있고 또 주인공 자체가 심각한(?) 해리성 장애를 보인다는 파격이 비슷한 류의 소설들보다 한걸음 나아간다. (보통 범죄자들이 이런 경우가 많지않나?) 따라 가볍게 읽히는 동시에 조금은 어둡고도 불안한 그림자가 언뜻 스치는데, 아무래도 시리즈의 첫 편이 되다보니 트릭과 심리 묘사보단 인물 관계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집중한다. 다소 무리일수도 있는 설정을 천연덕스럽게 밀어붙이는 아비코 타케마루의 능청이 귀엽다. [살육에 이르는 병]에선 눈 씻고 찾아봐도 핏빛고어의 향연만 펼쳐지더만. 장편도 또다른 단편집도 계속 나올 모양인데, 이런 코지미스터리를 즐기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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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와라 히로시의 '하드보일드 에그'책|만화|음악 2008. 11. 26. 23:49
누구에게나 인생의 책이 있다. 처음 보는 그 순간 활자가 안구로 날아와 두뇌피질에 직접 박히고, 책장을 넘김에 따라 내 몸도 마음도 따라 움직이게 만드는 그런 책이. 내 인생의 바이블도 슌페이처럼 레이먼드 챈들러의 소설이었다. 도서관에선 만난 건 아니었지만, 헌책방에서 뒤적거리다 산 거였으니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선수들 말곤 다 딴 짓하던 학창시절 체육대회 때 책장을 넘기며 인생이 그렇게 쿨할 수 있음을 처음 깨달았다. 그러나 난 탐정이 되진 않았다. 심부름센터에도 안 들어갔고.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도 깨달았다. 하드보일드를 꿈꾸는 그의 인생은 시트콤 라이프다. 챈들러의 대사를 인용하고, 독한 술을 마시며, 쭉빵 미녀를 기다리고, 탐정 일을 하지만, 아무도 몰라주고, 숙취에 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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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책|만화|음악 2008. 2. 19. 22:28
라이트 노벨에 대한 특별한 거부감은 없지만, 라이트 노벨이란 말 자체는 싫다. 소설의 경중이 뭐가 중요하냐 싶어서. 소설이면 다 같은 소설이지 라이트급, 미들급, 헤비급 같은 체급 구분이 필요한가 우습기도 하고. 사실 괜한 트집이요, 딴지다. 그냥 꿀꿀한 기분과 스트레스로 가벼운 작품이 보고 싶긴 해서 골라 집었다. 그럴 땐 상당히 도움이 되더만. 빨리 부담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달짝지근한 제목만큼이나 안전한 추리소설이다. 살인이나 유괴, 폭력이 나오지 않으니까. 어찌보면 일상의 평범하고 작은 사건들의 연속이다. 때론 밍밍하기도 하고, 소소하기도 한... 범인을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트릭이 궁금하긴 하지만 딱히 알려고 들지 않아도 되는, 그런 고만고만한 사건이 5 편 연작으로 묶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