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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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책|만화|음악 2013. 4. 15. 04:18
노희경의 드라마가 눈에 띈 건 [거짓말]부터였다. 지금은 그녀의 페르소나가 된 배종옥과 유호정, 이성재, 김상중, 추상미, 김태우 그리고 윤여정과 주현이 나온, 1998년 상반기에 조용하고도 쓸쓸히 방영된, 히트와는 비교적 거리가 먼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이전의 그녀가 맡은 단막극들은 잘 생각나지 않고, 다른 연속극들 또한 아직 '노희경표 드라마'라는 영광스런 딱지가 붙지 않았었다. 물론 열성팬으로서 유심히 그리고 꾸준히 지켜봤다면 몇몇 단초들을 발견하고 기뻐했겠지만, 그때만 해도 그녀는 아직 드라마 폐인들을 양산하고, 대본집이 꾸준히, 유일하게 출간될 만큼의 작가로 성장하리라 예상하기 어려웠다. 희미하고 비슷하며, 여물지 않고 단단치 못했다. 게다가 그 당시 드라마는 범람하는 수많은 전파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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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쌍화점'영화|애니|TV 2009. 1. 19. 23:37
도식적인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많이 반복되어 왔고, 그만큼 인기를 얻어왔다는 것이라, 그만큼 식상해지기 쉽기 때문에. 따라 대중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잘 풀기 위해선 나름 기술이 필요하다. 시나리오에서부터 연출, 편집과 음악에 이르기까지 이 복합적이고도 미묘한 리듬과 템포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유하 감독은 데뷔작에서부터 먼 길을 돌아 그 방법을 터득했다. 뻔하고 진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볼 수 있게 만드는 내공 만큼은 출중하다. 사극이라서가 아니라, 노출 때문이 아니라, 멜로드라마기 때문에 관객에게 먹혀드는 이야기와 캐릭터에 집중했다. '쌍화점'에서 중요한 건 인물 간 감정의 소통이다. 문제는 길이다. 배분과 욕심 사이의 황금비를 찾는 일. 타이트하고 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