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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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음식|스포츠 2008. 10. 29. 22:00
오랜만에 울집에서 후식으로 나온 귤. 아니 벌써 귤이 나오다니.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좀 차졌다 생각은 했지만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을 줄이야. 정말 딱 재주소년 才洲少年 말대로 벌써 귤 시즌이 찾아왔다는데 놀랐다. 아직 방 한 구석에선 모기가 쒱 활기치고 다니는데, 다른 한 편에선 벌써 겨울을 알리다니. 계절이 무너지고, 자연법칙이 깨지는 혼돈의 시기, 그래도 시간은 가는구나 싶어 조금 서글퍼졌다. 그러나 이내 방 안 가득 퍼지는 달콤새콤한 귤 향기와 귤즙에 노래지는 손을 보며 차거운 겨울 뜨스한 방바닥에 누워 귤 까먹고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세월의 무상함이 쉽게 지워져 갔다. 기분 좋은 후각은 망각을 대동하고 오나보다. 그 귤향기를 오랜만에 다시 맡았더니 작년 이맘때 생각이 나네. 찬 바람에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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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던 날.잡담 2008. 1. 11. 16:55
새벽에 사촌동생이 대학 시험을 본다고 학교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던 길, 그냥 들어오기 적적해 혼자 남산 한옥마을을 조금 걸었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재주소년 1집을 듣고 있자니 겨울 내음이 한층 더해지는 기분이었다. 왜 추운 남극 벌판에 서있는 펭귄 사진보다 성애가 잔뜩 낀 교실의 난로와 끓는 주전자 사진에서 더 춥고 아늑한 겨울 기분이 나듯, 재주소년의 포근하고 따스한 노랜 청량하고 차거움을 강조하는 어느 다른 겨울 노래들보다 더 계절에 잘 어울린다. 영롱하고 감미로운 포크적 감수성, 어떠한 기교도 없는 건조한 저음의 목소리. 덤덤하면서도 풋풋한 가사. 느릿하면서도 쉬운 멜로디. 이것들을 솜씨 좋게 버무린 제주 출신의 듀오는 '눈오던 날' '귤' 등을 통해 겨울 풍경을 추억 속 앨범 사진을 꺼내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