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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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익의 '싱크홀'책|만화|음악 2012. 1. 15. 21:07
1970년대 헐리우드는 재난의 세계였다. 공항은 폭설로 뒤덮여 비행기들이 연착했고, 거대한 선박은 빙하와 부딪치며 차거운 바다로 좌초되었으며, 천사의 도시 로스엔젤레스는 거대한 지친이 덮쳐 마을과 건물이 파괴되었다. 어디 그뿐인가. 현대의 바벨탑을 상징하는 안정성 제일의 글래스 타워는 과도한 전압을 이기지 못한 불량 부품으로 인해 대화재가 발생했으며, 마을엔 살인 벌떼의 습격으로 군부대가 출동하는 한편, 하늘에선 거대한 행성이 궤도를 바꿔 지구와 충돌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틈틈히 비행기는 납치되고 불시작하며 승객들의 목숨을 위협했고, 뒤집어진 배에선 귀중품을 노리는 도적단까지 출몰해 아전투구의 싸움과 배신까지 발생했다. 비록 특수효과는 미천하고 허술했지만 시대 상황의 폐해를 상징하고, 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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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랜드 에머리히의 '2012'영화|애니|TV 2009. 11. 17. 23:11
반담과 룬드그렌의 소박한 발차기로 시작했던 그의 할리우드 이력의 정점은 지구 파괴 혹은 지구 멸망으로 귀결되었다. 외계인 침공이던, 고질라가 짓밟던, 날씨가 지랄을 떨던, 태양 중성미자의 영향이던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부셔대는 그의 공격성(!)은 나날이 업그레이드되어 이젠 할리우드 막강 파괴의 신답게 아낌없이 지구를 반파해간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스케일! 세계 명소가 부셔지는 건 양념, 이젠 지각까지 움직여대며 세계 지도를 바꿔나간다. 다음엔 도대체 무엇을 얼마만큼 부셔댈지 쬐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 빼앗긴 개념을 찾아 우주 저 멀리 안드로메다마저 뒤흔들지나 않을런지 궁금하다. (차기작으로 인디펜던트 데이 속편을 운운하는 걸 보니 감독 자신도 지구상에선 볼짱 다 봤다는 심산인 듯...-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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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제균의 '해운대'영화|애니|TV 2009. 7. 31. 01:13
윤제균도 벌써 데뷔 10년차에 5번째 장편이다. 언제까지 섹시, 조폭 코미디만 찍을 수도 없는 노릇. 모처럼 스케일을 키워 해운대가 메가 쓰나미에 쑥대밭이 된다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급 플롯팅을 들고 나타났다. 마치 [러브 액츄얼리]가 [퍼펙트 스톰]을 만난 격인 이 영화, 그러나 시각적 쾌감이 강렬한 히어로즘 대신 지역색이 충만한 코미디 군상극으로 승부를 건다. 미국은 미국이고, 우리는 우리식대로 간다는 영리함이 묻어나는 지략인셈. 제 몫을 하는 좋은 배우들과 한층 여유로워진 감독의 코미디 솜씨는 나무랄데 없는 궁합을 보인다. 클라이막스에서 눈물 짓게 만드는 감동의 휴머니즘은 보너스. 문제는 이 영화가 재난 영화라는 사실이다. 끝날 때까지 쓰나미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건 오로지 박중훈뿐, 나머지 캐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