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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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밤에'책|만화|음악 2015. 9. 23. 07:56
해야 할 일이 잔뜩 밀려있는 와중에도 스티븐 킹의 새 중편집 [별도 없는 한밤에]를 읽었다. 장편이었다면 몇 번이나 흐름이 끊겼을지 모른다. 아니 솔직해지자. 장편이었다면 아예 일을 잠시 접고서 쭉 읽었겠지. 스티븐 킹은 내게 그런 마력을 주는 작가니까. 그의 소설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첫 문장을 읽은 순간부터 메두사 눈빛에 굳어버린 석상이 되듯 마지막 문장까지 움직일 수 없게 만든다. 그 마법에서 간신히 헤쳐 나오면 어느새 타임 슬립을 한 거처럼 시간이 저만치 흘러가 있다. 그러나 이번엔 4개의 중편이 모인 책이라 부담 없이 끊어 읽을 수 있었다. 사실 중편집은 각 이야기 사이마다 쉬어갈 틈이 필요하다.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어 내려가기 보단, 한편 한편이 끝나고 그 이야기의 여운을 느끼고 곱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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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의 '아저씨'영화|애니|TV 2010. 8. 26. 23:30
뒤늦게 400만 신화에 합류했다. 남들 다 본 거 유행에 뒤쳐지는 것도 그렇고, 복수담이나 자경단류의 영화들도 좋아하는 편이고 해서. [열혈남아]때도 그랬지만 이정범 감독은 별다른 잔재주없이 우직하니 앞을 향해 걸어간다. 목표물을 설정하고 제거해 나가는 원빈의 고독한 뒷모습처럼. 그리고 그건 기성품스럽지만 꽤나 볼만하다. 스타일리쉬하진 않지만 원빈이 슈트입고 총쏘고 칼질하는 건 그 자체가 光빨 비주얼이니 관객들은 좋아라 할테고, 레옹의 그림자를 뒤집어쓴 내러티브의 후까시 역시 잘 먹히는 거니까. 문제는 감정이다. 김새론과 원빈과의 화학 작용이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또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거.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는 그의 말처럼 원빈은 오로지 처단과 응징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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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조단의 '브레이브 원'영화|애니|TV 2007. 10. 15. 05:07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퍼지며, 역풍으로 내쇼널리즘과 테러리즘도 불어온다. 아니, 이런 얘기 다 필요없다. 어차피 세상은 약육강식의 세계, 이데올로기고 테레리즘이고 힘있는 자들이 패권을 잡는 곳이니까. 살아남기 위해선 내 힘을 보여줘야 한다. 협박과 과시가 아닌 현실적인 방법으로 위계질서를 잡아 나가야 한다. 내가 약자인 순간 잡아먹힐 게 뻔하니. 자경단 영화는 그런 면에서 불편하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통쾌하다. 닐 조단의 신작은 자경단 영화임을 숨기지 않는다. 목숨을 지키기 위해 방어 수단으로 구입한 총은 자기 심정과 달리 어느새 정의의 권력으로 변모한다. 복수는 힘을 필요로 하고, 힘은 야욕을 부른다. 주체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 약자는 멈춰야 할 곳을 모른다. 남는 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