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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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e Young의 'Sleepless Night'책|만화|음악 2013. 12. 17. 07:31
희영이 2집을 발표했다. EP까지 벌써 3장의 앨범이다. 지난 3년간 그녀는 꼬박꼬박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각박하고 획일화된 음악 시장에서 누구보다 노력하고 사유했다. 부지런함과 성실성은 창의력과 감수성에 꼭 비례한다 할 수 없지만, 그 투쟁의 시간들이 보다 많은 기회와 도전을 준다는 건 자명하다. 희영은 자신의 색깔을 드러냈던 기존 앨범에서 더 나아가 색다른 모습과 소박하지만 의미있는 시도를 펼쳐보인다. 녹음실을 벗어나 텅 빈 헛간, 낡은 교회를 유랑하며 2트랙 녹음기로 단촐하게 그 기운과 분위기까지 담아낸 것이다. 작은 실수와 잡음들이 들어가도 이를 감수한 이런 시도들은 적적하고 고고한 앨범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저녁에서 새벽 시간대로 이어지는 녹음을 통해 밤기운마저 담아낸 그녀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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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윗의 '새 폴더'책|만화|음악 2013. 9. 12. 21:08
노란색 새 폴더엔 '야구동영상'과 '유승호' 외에 다양한 연애담이 담겨있다. 상큼하고 발랄한 분위기부터 엉뚱하고 귀여운 매력과 아릿하고 슬픈 뒷모습까지. 요즘 청춘남녀의 솔직담백한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별히 새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해지지도 않는 그런 미묘한 감정들. 그 싱숭생숭한 빈틈을 파고드는 건 비음이 매력적인 비스윗의 달달한 목소리다. 스위트한 톤으로 스위트하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조근조근 털어놓는 그녀의 노래는 일단 편안하다. 애절한 사랑 타령도 아니고, 절절한 비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닭살돋게 만드는 로맨스도 아니다. 주변의 근황들을 두런두런 늘어놓는 새침한 수다처럼 솔직하고 감성적이다. 이제 2집에 불과하지만 다양한 작업들을 두루 거쳐온 이력답게 그녀는 자연스럽고도 꾸밈없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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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주변인'책|만화|음악 2013. 6. 19. 22:08
1집만이 주는 묘한 설레임이 있다. 그전엔 전혀 듣지 못한 새로움이 주는 쾌감이다. 방향성과 색깔을 발견해가는 재미다. 그의 혹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동질화 돼가는 교감의 시간이다. 디지털 싱글이나 앤솔로지 앨범에서 만났던 파편에서 벗어나 온전함과 마주한 기쁨이다. 갓 나온 CD와 속지 잉크의 따뜻한 내음이다. 패기와 열정 그리고 두려움과 떨림을 뒤로 한 채 나선 신인의 자존감이다. 1집 정규 앨범엔 그 모든 게 얽혀 기묘한 흥분을 안겨준다. 낯선 커버 이미지부터. 내지를 쓰윽 눈으로 훑어보며. 뻑뻑한 CD를 꺼내 음악의 무게를 가늠하고. 첫 음이 이어폰에서 새어나올 때까지.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기대감과 불신이 교차한다. 때론 찌푸리고 난해함에 몸을 떨어도, 기시감과 익숙함의 간극에서 벗어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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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이의 소풍의 '천천히 다가와'책|만화|음악 2012. 5. 2. 12:59
인생 참 맘대로 안된다. 계획한대로, 뜻한 바대로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잔인하게도 삶은 투자한 만큼 이익률을 볼 수 없는, 그렇다고 로또가 터질 확률도 아주 없지 않은, 신의 윷놀이판과 같다. 사실 그 예측할 수 없는 랜덤성 때문에 재미와 감동(심지어 아픔과 고통까지도) 배가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기 유발이도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쯤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 삼매경에 빠졌어야 하지만, 현실은 컨템포러리 재즈 밴드 '흠 Heum'의 피아니스트 겸 유일한 여자 멤버인 동시에 프로젝트성 그룹 '유발이의 소풍' 리더로 두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유려한 멜로디에, 독특한 애수를 지닌 분위기, 탄탄한 실력이 어우러져 웨이브나 윈터플레이, 푸딩의 뒤를 이을 재목이라 생각했던 '흠'의 멤버라면 '유발이의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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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담벼락의 '한 개의 달 한 개의 마음'책|만화|음악 2011. 12. 4. 15:31
반짝이는 멜로디는 없다. 톡쏘는 향기처럼 중독될 후크도 없고, 심지어 그루브한 리듬감이 몸을 자극시키지도 지배하지도 않는다. '순이네 담벼락'은 이름만큼이나 촌스럽고 투박한 감성을 지녔고, 당혹스러울만치 자기네들의 비정형화된 사운드를 고집한다. 강렬한 기타 연주 속에서 피어나는 피아노의 영롱하면서도 노스탤지어를 간직한 따뜻한 음색은 대중적인 기대를 저버린 채 어둡고 힘든 일상으로 훌쩍 떠나버린다. 거기에 여리여리한 리드 보컬의 가녀린 목소리는 언제 꺼져버릴 풍전등화처럼 위태롭게 들려온다. 폭풍을 목전에 둔 길가의 민들레처럼 세차게 흔들리며 불안하게 귓가로 흐트러져간다. 파워풀한 스토로크와 열정적인 터치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감에도 남는 건 짠한 공허함과 울적한 허무함이다. 평범하지만 공감 가는 가사말을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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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스의 담요의 'Show Me Love'책|만화|음악 2011. 9. 15. 08:27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어쩜 '라이너스의 담요'의 뽀송뽀송한 사운드는 그대로인지 참으로 미스테리하다. 하다 못해 털이 좀 빠지던가, 색이 바랠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은 못 느끼겠고, 지금 막 섬유유연제를 넣고 울세탁을 마친 담요마냥 보드럽고 말랑말랑하니 기분 좋은 음악들이 한가득이다. 이 담요가 수상하다! 하긴 그도 그럴 것이 해리포터 첫 편이 상영되던 그 해 결성된 이들이 해리포터 마지막 편이 상영된 올해에야 비로소 첫 정규 앨범을 발표했으니, 2001년 빈티지 와인 숙성도 아니고, 가녀린 미성의 소유자 연진이 육십갑자 내공을 길러 득도한 사자후를 펼쳐보일 것도 아니기에, 그간의 공백기와 잠수에 대해 슬쩍 의구심을 가져볼만도 하다. 허나 음악에 대한 고민과 생계에 대한 현실 그리고 지독한 완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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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의 'Bliss'책|만화|음악 2011. 9. 8. 07:16
이상은은 부지런하다. 88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아이돌스럽게 데뷔한 이래 영화, CF, 드라마까지 출연하다 90년대 중반 아티스트로 대격변을 거친 후 패션, 미술, 디자인, 책 등 예술 전방위로 발을 넓힌 지금까지 꽤나 드라마틱한 사연 속에서도 그녀는 꾸준히 앨범을 발표해왔다. 그것도 매년, 혹은 2-3년을 주기로, 싱글이 아닌, 10곡이 넘고, 1시간이 넘는, 푸짐스런 한 차림의 정규 앨범 14장과 B-사이드 앨범 1장, OST 2장을 만들었다. '담다디'나 '사랑할거야', '언젠가는' 같은 온 국민이 따라부르던 메가 히트곡은 줄었지만, '공무도하가'나 '어기여디어라', '비밀의 화원' 같은 자신만의 보헤미안스러운 특징이 극대화된, 동양적이여서 오히려 코스모폴리탄적인 색채를 지닌 독특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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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an Zakapa의 '01'책|만화|음악 2011. 6. 1. 15:44
플럭서스 뮤직은 그 모태가 되는 어원 만큼이나 다양한 시선과 실험성, 도전 정신을 잊지 않는다. 러브홀릭이나 클래지콰이, W & Whale과 이승열, 박기영과 윈터플레이 등 소속된 아티스트의 면면만 봐도 벌써부터 호락호락 대중성에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가수들의 향찬이다. 그렇다고 예술이라는 독단 속에 갇힌 인디씬의 영역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고, 메인 스트림으로서 고유한 색채와 독특한 아우라를 갖는데 성공한 레이블이 되었다는 얘기다. 그런 기틀을 마련해서 그런지 작년부터 이들이 야심차게 영입한 영건들도 그 방향성을 곧잘 쫓아가고 있다. 2006년에 결성됐지만 작년에 이르서 정규 1집을 내며 첫발을 내딛었던 '안녕 바다'처럼 '어반 자카파' 역시 2009년 선보인 2장의 EP 앨범 이후 약 1년간의 작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