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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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 다카코의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책|만화|음악 2009. 1. 9. 18:33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넓적다리 근육이 찢어져 뼈와 살이 분리될 것만 같은 전력질주 속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경쟁자들 의식? 이거 보다 더 빠를 수 있을까 자기의심? 아님 맞바람에 대한 고찰? 1/100초의 차이에 울고 웃는 그들, 인간을 넘어 신의 영역 속에서 승부를 벌리는 도박사들의 속내가 궁금하다. 팔닥거리는 심장의 파동을 극복하고 지면과 맞닿은 발바닥 속에서 엄청난 제로백을 자랑하는 인간 치타들의 고민이. '한순간 바람이 되어라'는 제목 그대로 바람처럼 달리는 고교생들의 3년간의 성장담이다. 끝없이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땀내나는 청춘이 뭐가 그리도 재밌을까 싶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나 '800' 그리고 '스프린터'같은 소설과 만화가 꾸준히 나오는 걸 보면 러너스 하이(Ru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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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시마 마코토의 '800 Two Lap Runners'책|만화|음악 2008. 4. 2. 02:27
어린시절 그렇게 등수놀이를 싫어하는 내게 달리기는 고문에 가까웠다. 잘 달리고 못 달리고를 떠나 아예 달리고자 하는 의욕이 없었으니까. 이 둔한 몸치가 그나마 나아진 건 고등학교에 들어서며부터다. 그렇다고 천재적인 준족의 실력을 보였던 건 아니고, 단지 체력장 때문에 조금이나마 점수를 높이려면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 수밖에 없었다. 슬픈 10대 후반의 초상. 근데 그땐 거의 그랬다. 젊음을 불사르며 육체를 마음껏 발산하기엔 너무 멍청했던 거지. 아님 현명했거나. 평균 이상의 운동 신경을 보유한 그들은 경이의 대상이자 초능력자다. 인체 내 근육 구성 비율부터 틀리며, 반응 속도와 감각 그리고 승부욕까지 남다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현실에선 거의 알아차릴 수 없겠지만, 질주하는 그들과 나는 시간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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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라 시온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있다'책|만화|음악 2007. 10. 26. 17:08
막연한 생각이지만,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런 분위기를 찾지 않았을까. 경쾌하면서도 짜릿한 느낌이 있는 소소한 일상 이야기에, 만화다운 상상력과 너무나 독특해 눈에 도드러지는 캐릭터가 한데 뭉쳐 찬란히 빛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소설을 말이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역전 경기를 다루고 있는 미우라 시온의 이 소설은 때론 [슬램덩크]같고, 때론 [허니와 클로버]에, 때론 [H2]처럼 섬세하면서도 열혈로 가득찬 청춘의 다양한 색깔을 생생히 재현해낸다. 젊음이란 한없이 불안하며 의심하고 부정하면서도 한계와 경계를 뛰어넘는 것. 그러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아름답다. 서서히 젊음이 끝나가는 무렵에 서있기에 더더욱 절절하게 다가온지도 모르겠다. '글로 쓰여진 만화'라는 찬사답게 1, 2권 합계 700 페이지가 넘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