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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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D. 멕케르트의 '화폐 트라우마'책|만화|음악 2012. 3. 4. 16:09
경제학이라면 치를 떨었다. 고딩시절 가장 싫어했던 과목도 정치경제였다. 왜 이깟 속물들의 숫자 놀음에 내 푸르디 푸른 젊음을 할애하며 장단 맞춰야 하나 화가 나기도 했다. 주체할 수 없는 질풍노도의 혈기로 북경호랑이를 때려잡고, 청룡언월도를 철근같이 잘근잘근 씹어먹으며, 달리는 적토마에서 뛰어내려 창대한 꿈을 포효하던 그 시절, 이런 돈놀음쯤이야 의리와 우정, 사랑과 정의 앞에선 철저히 무릎 꿇을 거라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사정도 변했고. 그때 나이의 따블쯤 먹고나니 이노무 세상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 동화 속의 '그들은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습니다'라는 해피엔딩 따윈 재벌이 독점한지 오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우리네 인생 런어웨이에선 일일연속극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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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의 끝.음식|스포츠 2008. 6. 30. 22:56
흑백 얼룩이 공 하나에 웃고 울었던 6월달. 드디어 독일과 스페인의 격돌로 한여름 밤의 축구대잔치가 막을 내렸다. 언제나 그렇듯 내가 올라가라 목이 터져라 응원했던 팀들은 죄다 떨어지고, 별시큰둥하게 바라봤던 전통의 강호들이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걸 보며 살짝 맘이 아팠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런 거 아닌가. 원하는대로 안되는 게 세상이니까. 신들도 각본없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나만큼은 아니었나 보다. 체코와 크로아티아, 네덜란드가 차례로 떨어지고, 대타로 응원했던 터키와 러시아마저 탈락하자 결승에 대한 기대는 접어버렸다. 2004 유로 결승이었던 포르투갈 대 그리스만큼이나 흥미가 가지 않는 격돌. 그저 한달내내 즐거웠단 사실에 감사한 마음으로, 전경기 시청이란 원대한 목표에 대한 의무감으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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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 2008.음식|스포츠 2008. 6. 9. 22:10
4년전 기말고사와 과제 마감을 앞두고서도 밤새 전 경기를 다 봤던 유로 2004. 이젠 집에서 빈둥거리면서도 핑계와 게으름 때문에 경기 하나 제대로 보기 힘들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확실히 변하긴 변했다. 나쁜 쪽으로. 이런 쪽에서 단점을 찾아내는 나도 우습지만, 전 경기를 다 보고 경기평을 쓰겠다고 예전부터 되네이던 내 굳세고 굳센 다짐에 비춰본다면 결코 웃을 일이 아니다. 한 경기 한 경기가 다 아까울 따름. 사실 굳이 집에서 놀면서 헬스를 다니는 이유도 유로 2008 전 경기를 시청할 체력을 마련해놓기 위해서였는데, 오히려 헬스 때문에 지쳐 매일밤 일찍 자버리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오늘부턴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에서 다소 강도가 약한 스트레칭 위주로 종목을 변경, 죽음의 조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