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야마 히데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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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그늘의 계절'책|만화|음악 2008. 12. 2. 00:29
경찰이 나오고 미스터리를 담고 있지만, 본격물과는 거리가 멀다. 사회파 추리소설에 가까운 접근법으로 범인이 아닌 경찰 조직에 메스를 들이밀고 있는 이 단편집은 오히려 엄밀리 따져 코지 미스터리 범주에 해당한다. 그러나 밝고 경쾌한 일상이 아닌 피곤하고 눈치 봐야 되는 조직사회의 찌든 현실이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퍼즐이나 트릭보다 더 복잡하고 답이 없는 인간 관계에 주력한다. 악당을 쳐부수고 검거하는 정의의 편의 경찰 모습이 아닌, 똑같이 월급 받아가며 일을 처리하고 승진에 고민하는 생활인으로서의 리얼한 경찰 모습을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그늘의 계절]은 웃음기가 빠진 [춤추는 대수사선]에 가깝다. [종신검시관]처럼 손에 잡힐 듯 생생한 캐릭터가 여전히 꿈틀대는.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어디 속시원히 터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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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종신검시관'책|만화|음악 2008. 7. 14. 23:33
검시관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무시무시함(?)과 달리 8개의 연작 미스테리가 담긴 이 단편집의 묘미는 잔혹이라던가 퍼즐이라기 보단 감동이다. 논리적이고 명석한 트릭과 반전으로 무장돼 뒤통수를 때리는 치밀한 설계의 미학이 아닌 한박자 헐렁하고 의외성 높은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앞세워 독자를 사로잡는다고 할까. 그 중심에는 8편 모두 직간접적으로 등장해 사건을 파헤치는 '구라이시'라는 종신검시관 캐릭터가 한몫한다. 시니컬하면서도 인간적인 구라이시는 때론 명탐정의 모습으로, 때론 현자의 모습으로 여기저기 사건에 참견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던 사건의 진실을 바로잡게 만든다. 그 내면에 깔린 세상사의 기저가 감동과 울림을 선사하는 것. 사건을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얽히고 섥힌 오해와 증오, 사랑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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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의 '루팡의 소식'책|만화|음악 2008. 3. 24. 23:34
좋은 제목은 떡밥을 넘어 영감을 안긴다. 작은 흥미와 호기심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결정적이고 중차대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누구나 다 아는 괴도 루팡의 이미지를 '소식'이라는 귀가 솔깃해지는 단어와 결합시켜 궁금함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그 제목만큼이나 강력한 흡입력과 재미로 중무장한 미스테리물이다. 15년이라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과거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그 당시 학생 3명의 증언을 통해 재구성해가는데, 중간중간 청춘물과 본격 미스테리, 사회파 요소들을 촘촘히 엮어 달리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대단하다. 작위적이라 느낄 수 있을 만큼 모든 사건을 끼어 맞춘 듯한 결말이 2% 안타깝게 느껴지지만, 모두 다 완벽할 순 없는 일. 분명 재미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후회라는 단어를 전혀 떠오르지 못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