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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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미네 고의 '오키나와 드림쇼'영화|애니|TV 2009. 7. 6. 22:49
한가롭고 느리다.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그 옛날 사람들은 그렇게 길을 걷고 생활하며 카메라를 바라봤다. 가끔 들리는 라디오 속 오키나와 전통 민요가 지루한 삶의 방관을 방해한다. 늘어지게 마당에서 하품하던 누렁이의 심정처럼 일상의 여백을 길게 길게 담아낸 익숙한 풍광에 관객들 몇몇은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딱히 스토리도 의미도 없이 수평적으로 담아낸 오키나와의 일상은 우리가 기억 못하고 살아왔던 그 수많은 어느 날과 다름없다. 하지만 그 무수한 일상이 쌓여 견고하게 만들어진 세월의 무게 앞에 그 익숙한 어느 날의 기록은 특별한 일상이 되어진다. 일본 반환 직후의 모습을 담은 이 '드림쇼'는 그래서 앞뒤 문맥 설명없이 풍광만 비추는 걸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중요한 건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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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카사쿠 긴지의 '박도외인부대'영화|애니|TV 2009. 7. 5. 23:41
박진감 넘치는 활극. 짧은 러닝타임 안에서 야쿠자의 지역성과 비극적인 운명, 강호의 의리와 음모 그리고 배신 등 조직의 흥망성쇠와 다툼를 담아낸 리드미컬한 후카사쿠 긴지의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각각 캐릭터들의 활용도 좋고, 무엇보다 츠루타 코지의 선글라스 간지 카리스마가 압도적이다. 냉철하기 이를 데 없는 그의 조용한 폭발력은 가히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데, 빠르고 비정하게 막을 내리는 엔딩이 허무하면서도 진한 뒷맛을 남기며 그의 잔상을 각인시키게 만든다. 40년이 다 되어감에도 줌과 스틸, 핸드헬드가 혼재된 스타일리쉬한 촬영과 편집은 여전히 멋지며, [소나티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함에도 오키나와의 아름다운 풍광보다 먼저 생선 비린내 물씬 풍겨오는 비정한 조폭들의 야수성이 숨겨진 수컷의 마초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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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토시야의 '바다제비 죠의 기적'영화|애니|TV 2009. 6. 22. 01:03
시원하게 탁 트인 남국의 바닷가를 무대로 펼쳐지는 젊은이의 방황과 아픔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건 별반 차이가 없다. 필리핀과 오키나와라는 동질적이면서도 전혀 다른 공간을 매개로 혼란스러운 자아를 폭력과 객기로 소비한 젊음의 갈 곳 없는 휘발성은 허무하면서도 슬프게 다가온다. 빛바랜 그 시절 추억들을 곰곰이 되씹어 진한 맛이 우러나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한 운명과 선택이 안타까울 뿐. 이국적인 풍취가 익숙한 청춘영화 공식과 만나 젊음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오키나와 영화 특별전은 민감한 역사적 아픔과 중심에서 떨어진 변방의 지역적 특색이 여름이라는 계절과 어우러져 다양한 영화 읽기를 보여준다. 휴양지인 동시에 전장지였고, 가장 늦게 일본에 합류된 지역답게 복잡미묘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