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다기리 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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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의 '밝은 미래'영화|애니|TV 2009. 11. 24. 23:15
물 속에서 평온하게 부유하는 해파리의 독은 치명적이다. 천사의 모습으로 악마의 기운을 품고 있는 그런 이중성이야말로 구로사와 기요시가 포착한 젊음이다. 나른하면서도 몽롱한 현실감각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며 제목과 달리 막막하고 정체된 소통단절의 초상을 담담하니 담아낸다. 그럼에도 부유하는 청춘은 서서히 강물에서 바다로 나아가는데, 그 시간의 흐름을 통한 성장에서 소통하려는 의지를 읽어내고 밝음을 이야기한다. 여러 작품을 통해 인간 본연의 기저에서 심리적 공포감을 탁월히 뽑아낸 바 있는 그이기에 젊음의 불안하고 미성숙한 감정의 폭발을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었다. 오다리기 죠와 아사노 타다노부의 만남도 화제였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메타포와 미장센을 보여주며 정적이면서도 과잉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밀레니엄 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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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의 '비몽'영화|애니|TV 2008. 10. 14. 22:34
내가 꾸는 꿈이 다른 사람의 현실이라면. 내 행복이 다른 사람의 불행이라면. 완벽한 거울상 대칭에 서있는 남녀의 소통과 사랑 이야기를 담은 '비몽'은 전형적인 김기덕 영화다.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모호하고 몽환적인 동양철학과 삶에 대해 말하는 그는 여전히 구원과 파멸을 찾는다. 꿈이란 허구를 통해 현실을 비추고, 사랑으로(서로 통하지 않는 언어로) 소통을 그리는 형식적인 실험은 '영화는 영화다'와도 닮았다. 너무도 뻔한 나비의 호접지몽과 조금 순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끔찍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자해, 그리고 다양한 상징과 암시, 함축적인 메타포를 깔아놓은 한국적이면서도 공감각적인 이미지들은 김기덕 월드의 익숙한 키워드. 가끔은 동어반복스럽다 싶지만서도 점점 더 세련되어지고 대중화되고 있는 그의 발전성이 ..